흐흐흐...
오늘의 아이템
밀폐용기세트 두박스 획득!!!
김치냉장고를 받아서 음니 선물 할라고 라디오에 보냈는데
아~
잘 안먹힙니다...
다음엔 아부지를 팔아야겠습니다.
밀폐용기세트 획득 기념으로 글... 다시 올려봅니다 케케..
엄마의 종합선물셋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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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갑자기 날아들어온 커다란 택배상자...
착불이라기에 7000원을 주고 혼자 궁시렁 대고나서 풀어본 상자의 내용은 엄마의 종합선물셋트였습니다.
배추김치, 무말랭이, 멸치볶음, 구운김, 치약두개, 엄마표 특제빨래비누하나, 깻잎김치, 내가 좋아하는 쑥개떡반죽... 기타등등등...
마트에 가면 짜지 않고 입맛에 맞게 만든 반찬도 많지만 가끔 보내주는 엄마의 종합 선물셋트를
거실에 풀어 놓으면 부자가 된 것 같습니다.
번거로우니 그만 두시라고도 하고 싶지만 뒤늦게 찾은 엄마의 즐거움이기도 한지라 요즘의 이 깜짝선물들을 주는대로 받는 중입니다. ^^
엄마는 우리가 어릴때에는 어린 자식들이 밥해먹으며 학교다니는 궁색한 자취방에는 찾아 오시지도, 반찬따위를 보내는 일도 하지 않으시던 분입니다.
다른 엄마들처럼 애틋하거나 살가운 다정함을 기대하기는 힘든 스타일의 어머니십니다.
엄마가 자식들을 찾아 다니며 뒷바라지 하는 것보다 늘 자식들이 부모를 찾아 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전화만 조금 뜸해도 화를 내곤 하시던 강력한 카리스마의 여인이십니다.
그런 엄마가 어느날부턴가 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변화가 찾아온 때가 언제냐면...
내 나이 서른살때...
엄마가 우리 아버지와 결혼하기 이전에 결혼했던... 결혼한지 몇년되지도 못하고 결핵으로 죽었다는
엄마의 전남편에게서 낳은 자식이 있음을 우리가 알게된 다음 부터였습니다.
엄마가 초혼이 아니었던건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건 물어본적이 없었더랬습니다.
초혼이 아니라는 사실도 호적초본을 떼어보고 나서..
이게 뭐지? 하다가 혼자 짐작만하고 있었을 뿐이었죠.
엄마는 결핵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속아서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해 지나 남편이 죽자 엄마의 시어머니는 엄마더러 집으로 가라고 했다고합니다. 그리하여 엄마의 두아이를 뒤로한채 엄마는 집을 나와야 했다더군요.
시어머니 딴에는 청상에 애들 키우느니 다른데로 시집이라도 가라고... 엄마를 생각해서 떠밀었겠지만 그대로 친정에 돌아온 엄마는 오갈데 없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사이 엄마의 아버지는 나이어린 새어머니와 재혼을 했고, 엄마의 아이들보다도 어린 동생이 생기고 게다가 아이들이 굶자 새어머니의 구박이 팥쥐엄마 쌈싸먹을 만큼 대단했다고요.
구러니 엄마는 서둘러 재혼을 하기로 했겠죠.
바루 우리 아바마마십니다.
울엄마는 또 먹고 살기가 너무나 궁하여 결혼식 따위도 없이 물한그릇 떠놓고 시집을 와보니
아이가 셋이나 되더라고합니다.
그네들이 우리 언니 오빠들입니다. 그 셋이나 되는 아이들도 그다지
먹을것이 많지 않아 한놈은 폐렴에 걸려있고 한놈은 결핵에 걸려 피를 토하고 있었더라며 엄마는 웃으십니다.
그 아이들을 업어서 쌀동냥을 해다가 죽을 해먹이고 엄마는 저녁때마다 이모할머니댁에 가서
밀가루를 얻어다 먹으면서 살았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지나서 엄마는 청첩장 하나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잊고 지낸 엄마만의 큰아들이 결혼을한다고..
그리하여 그네들과 10여년 전 부터 그렇게 연락을 하고 지냈노라는...
그 얘기를 하시더군요...
제가 서른살이 되던해 명절날이었습니다.
명절날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이모가 얘기 했습니다.
이젠 너네두 알아야 되지 않겠냐면서...
하하.. 엄마 인생 되게 재밌다. 내가 책으로 쓸까? 라면서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언제 한번 언니랑 오빠랑 만나고 싶노라면서...
엄마랑 이모는.. 저년이 저렇게 철딱서니가 엄써... 그렇게 웃으라구 한얘기냐 이년아..
하면서 욕은해도 내심 안심한듯했습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참 말할 수 없는 서러움이 밀려와
한참을 울고 또울었습니다.
그동안 엄마친구 딸이 선물했다던 엄마 화장품, 내가 준적 없는 어버이날의 카네이션...
그것들이 다... 그것이었구나..
어쩌면 엄마가 돌아가시면 엄마 제사는 얼굴을 본적 없는 오빠가 모실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서러웠습니다.
나이를 이만큼이나 먹어놓고도 엄마를 뺐겼다는 생각을 하면서 울줄은 몰랐습니다.
엄마가 불쌍하고 엄마인생이 안쓰러운것 보다.. 엄마를 뺏긴것 같은 마음에 그 서러움이란것이 끝없이도 밀려오더군요.
그저 이기적인 마음일 뿐이었습니다.
나는 엄마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그 핑계로 무턱대고 자기연민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엄마에게 버림 받았다는 듯이..
그러나 절대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꺼야... 엄마는 왜 저럴까... 라고 생각했던 어린시절의 내가 있었고 지금의 내모습 속에 그때의 엄마가 살고 있습니다.
설겆이를 하는 방법, 설겆이를 하고 그릇을 정리하는 방법부터 하다 못해 걸레를 쓰고난후 보관하는 위치, 방법까지... 엄마를 닮아 있는 나는 누가 뭐래도 엄마딸입니다.
우리는 형제가 많습니다.
엄마의 두 남매, 아버지의 세남매, 엄마와 아버지의 세남매 ^^
합이 8남맵니다.
어디가서 가족사항을 밝히려면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해야 되는 관계로 대충 그냥 부모님이 금슬이 좋아서요 ^^ 라고만 말합니다.
눈에 넣어두 아푸지 않을 것 같은 조카들이 생겼고 엄마를 쏙 빼닮은 듬직한 큰언니도 생겼습니다.
늙수구레아저씨같은 오빠는 우리 강아지를 볼때마다 된장바른다는둥 미운소리를 해대긴 해도 뭐 그럭저럭 믿음직스럽기도 하죠.
집에 내려갈 때마다 언니는 온대? 수빈이는? 애리는? 수빈이 보구 싶은데 꼭 데려오라구 구래~~
이렇게 말할때마다 뿌듯하기도 합니다.
엄마는 이전보다 조금은 더 활기차진것 같습니다.
그래서 엄마의 종합선물셋트를 볼때마다 더 없이 기분이 좋습니다. 엄마한테도 언젠가는 종합선물셋트로다가
사위랑 얼라들을 안겨드리리라... 다짐해 봅니다. 너무 늦었을까...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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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용기 세트 가따드리니 그래도 좋아라 하십니다.
라디오에서 받았다고는 했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아직 모르십니다.
알면 저 죽습니다.
뭐 자랑이라고 가문의 출생의 비밀들을 주저리주저리 읊어대냐고 구박을 하시겠죠? ㅋㅋㅋㅋ
밀폐용기 세트랑 같이 방송나간 테잎도 보내주더라구요. 세상좋아졌습니다. 양희은님의 낭창낭창한 목소리로 읽어주는데 어찌나 낯이 간지럽던지요 ㅎㅎㅎ
파일로 따내서 올리구 싶었지만
첨단 디지털 시대를 살다보니 울집엔 카세트플레이어가튼 아날로그 기계가 음네요 ㅡ.ㅡ
차안에서 들었습니다.
전 뭐 그런게 사실 부끄럽진 않습니다.
아버지가 바람펴서 낳아온 자식이라해도 별 상관 없을 판에... 살기 어려운 시절의 사연인데요 뭐..
그르나...시집갈때는 좀 비밀로 해두자고요
호적등본떼보니까 열댓장은 대드만요... 아.. 그거 복잡시려워서 말씀드리기가 곤란하잖습니까..
아띠... 김치냉장고를 탈려면 좀더 강한게 필요한걸까... ㅡ.ㅜ
아니면 글빨이 안먹히는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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