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처음, 그 강력한 에너지가 주는 관용과 공포에 대하여

영혼기병깡통로봇 2004. 7. 7. 00:22

글이란 것을 쓸때마다,

뒤꼭지가 서늘해지는 논객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정말이지 내가 어휘력이 딸리고 있음을 실감한다.

 

요즘엔 책을 읽어도 매뉴얼을 읽거나
실무에 필요한 책들을 읽기에도 벅차고 그나마
버스에서는 그냥 자고 싶은 마음 뿐이다.

 

정말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
별다섯개짜리 적절한 단어를 찾아 냈을때의
희열,
그게 필요하다.

 

"처음"

 

이 단어가 주는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처음 피아노를 배웠을때

처음 자전거를 탔을때

처음 컴퓨터를 배웠을때

그리고 처음 키스를 했을때...


아.. 맞다...처음 키스 했을때 ~
음.. 첫키스의 느낌은 뭐랄까...

별다섯개짜리 적절한 단어에 관한 희열은 정말 이럴때 필요하다.


첫키스의 알싸한 느낌이란 것은

찌찌가 가지고 다니는 지팡이로 땅을 두들겼을때
폴과 찌찌, 리나네 개 삐삐가 이상한 나라로
통하는 차원의 차원의 길을 통과하는 모습 같았다고나 할까 ^^

 

현실세계의 몸은 스르르 용해되고 정신은 삼투압 현상처럼
육체에서 분리되어 버린듯한...

하하..
24살 겨울, 후암동 종점에 있는 어느 까페에서의 일이다.


이제... 처음이라는 단어의 에너지를
다시 한번 한껏 끌어 올려보려고 한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순결하고 신선하고 감미롭다.
게다가 처음이란건 웬만한 실패에 대해서도 두번째보다 훨씬
더 너그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
무언가를 처음 배우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사회교육방법론이라는 수업을 들을때
교수가 했던 얘기가 있다.

 

어린아이나 청소년들의 교육과 노인교육의 차이점에 대해서
했던 얘기였는데
어떤 질문을 하거나 숙제를 발표할때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틀리더라도
질문에 아는대로 대답을 하는 일에 별 부담이 없다.
틀려도 그저 틀렸을때 잠시 부끄러울 뿐인데 반해
노인들은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속도가 무척 느리다고 한다.
정말 완벽하다고 확신이 들기전엔 대답하지않을 뿐더러
틀린 대답을 했을때의 심정적 데미지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미 "처음"이라는 단어의
신선함에서 그만큼 멀리 떨어져 달음박질쳐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또한 나이의 무게와 함께 자기 이름에 대해
또는 살아온 삶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것들이 더 많아 진 탓이며

 

무언가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이미 겪어온 자들이 마지막에 꿈꾸는
"시행착오를 무수히 거친자들만이 갖는 나만의 정답"을
지켜 나가는게 더 중요한 탓일 것이다.

 

처음이란건 너무 힘들다.
더우기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이제 겨우 옛일을 돌아볼 즈음 찾아오는 처음의 공포란것...

 

나는 아직은
반드시 지켜야할 나만의 정답을 만들어 낼 만큼의 길을 걸어오지는 못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이 청년시절만큼 수월한 것은 아니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가진 명박님께서는
그나이에도 아직 처음의 공포따위는 가지지 않은듯이 보이니
어쩌면 나름대로 희망이란 걸 가지고 있는듯이 보이기도 한다.

 

처음이라는 단어에 빳빳하게 풀을 먹이고

깃을 세워 공을 들여본다.

 

어제 요가를 시작했다 ^^ 푸훗...
마음의 평화와 신체의 건강을 위해서 참다운 명상의
세계에 풍덩 빠져 보고저....

 

그러나 역시 처음부터 정답은 없는 법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나의 발목은
발바닥이 닿아야할 도로에 주제 넘게시리
지가 먼저 착지를 시도하고 말았다.

 

오늘 한의원에 다녀왔다.

의사가 무릎은 괜찮으세요?
라고 물었다.

무릎은 아무 이상 없는데 왜 묻지? 라고 생각하고
사무실에 들어와서 직원들하고 발목이나 각종부상에 관한

토론을 하게 되었다.

 

더이상 발목이 몸을 지탱하지 못했던게야...로 시작된
심도 깊은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비만인 사람이 몸에 젤 먼저 이상이 오는 곳이 무릎이래요...
무릎이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한다던데요?


아.... 그자식.. 그래서 물어봤던거야?
논현동 **손 한의원 원장 **의 씨... 그래서 물어봤던거냐구?


처음은 느므나 어렵고도 난해한일들 투성이다.
그리고 꼭 삑사리가 난다.
무조건 힘으로 하는게 아니었던 것이다.


 

요가는 자고로 내 몸을 잘 알고 마음을 다스리는게 중요한 건데
그걸 모르고 냅다 덤볐던 거다.

 

 

중앙대로 힘줄에 문제가 생겼지만
나도 명박이처럼 여기저기에 땜빵을 하고
침도 맞고 파스도 붙이고 어쨌든 고를 외치기로 했다.

 

그러니 또 용기를 내자.

 

명박이도 "처음"이 주는 실패에 대한 관용을 믿기 보다
책임져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이 반드시 가져야할 실패의 데미지가 
공포로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

 

명박이도 알았을까? 무조건 힘으로 하는게 아닌걸...
자고로 나를 잘 알고 욕심을 버리고...마음을 다스리는게 가장 중요한걸...

 

 

'깡통로봇의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덕궁 앞에서 삶을 흔들어 보다.  (0) 2004.07.13
what happen...??  (0) 2004.07.10
태권브이와 깡통로봇의 조우[저도한번 퍼와봤습니다.]  (0) 2004.07.06
학생부군신위  (0) 2004.06.19
젠장  (0) 200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