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안아픈척 하는 일

영혼기병깡통로봇 2006. 3. 1. 06:13

넘어졌을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아픈척 하는 일이다.

안아픈척 해야 했는데
오늘도 포커페이스를 놓치고 말았다.

디자인을 지대로 배워 보진 못했다... 두고 두고 한이 되었다.
그리고 눈물깨나 쏟으면서 더 높이 올라가고 싶었고
무릎깨나 다치면서 좌절을 맛보았다.
그리고 깨끗이 물러나 주었는데...


다시 또 꼴같지 아니한 디자인 작업을 어쩔 수 없이
간간히 시작하였다.
이럴 생각이 아니었다.


조금은 관리자의 마인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분야 상관 없이... 직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혹은 회사가 쓸데 없는 일로 삐걱거리지 않게 되는데
도움이 된다면... 뭐 어떠랴..
그랬다..
정말.. 이젠 나의 경력이나 실력을 쌓는 차원이 아닌...
순전히 경영자의 마인드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내스스로는 늘 만족하지 못하고 좌절했지만
아직 팬클럽을 자청하는 전직장 사장님을 비롯하여
또라이 기질이 물씬 묻어나는 깡통스타일의

디자인이 간혹 반응은 좋았지 않았나? ^^;
그정도 자부심은 있었더랬다.
그 정도는 있어줘도 되지 않을까..

사람도 없고 싸이코 같은 클라이언트 상대하느라
안그래도 안쓰러뵈는 외모의 안이사가
곧 울것 같은 얼굴로 괴로워하기에
그냥 내가 할터니이 다 넘기시라고... 하기를 몇차례...
그냥 모른척했어야 했는데....말이다!


이번건도 역시나 그랬다.
그리고 별스럽지도 않은 뉴스레터 한페이지를 하다가
디자이너를 교체해달라는 소리를 들어주셨다. 가뿐하게...

안이사가 상처 받지 말라면서 말하기를

다른 디자이너 교체 해달라고 클라이언트가 그러더라고 말을 전해주었다.
친절한 안군!
그리고 이차장님은 디자이너가 아니니까 그럴 수 있다고...도 위로해 주었다. 오마이갓...

얘.. 진짜 지대루다.. 지대루 쑤실줄 안다!

그리고 그 다음, 다른 외부 디자이너를 섭외해 왔다.

잘아는 누나란다.

그녀를 사무실로 데려와서
일을 시키고는 나더러 기다렸다가 코딩을 해달라고도 했다.

그 디자이너가 듣는 앞에서...

좋다... 그럴 수 있다. 바쁘고 급하고... 어렵게
부탁했을거니까 그 디자이너에게 나역시 고맙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내부담당자고 그녀는 얼결에 섭외한

외부사람이니까 코딩정도야 ... 당근당근...

근데.. 그가 말했다.
천진하고 착한 표정으로..
그 디자이너가 울회사에 디자인 팀장으로
들어 올 수도 있다. 얘기가 이미 잘 진행 되거 있으니까 잘될거라고...

그리고 순간 몰려오는 쪽팔림의 깊이와 무게란!

그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는 관계로다가
눈 한번 안마주치고, 얼굴 한번 안들고...
딱 두마디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아마 뭐 저런게 다있나 했을게다.
어찌나 쪽팔리던지...

그러게..

상처 받지 말라고 했으니 안받으면 될텐데
사람들은 참이상하다. 하지 말라면 안해야 하는데

누가 옆에서 칼자루 쥐어 준것도 아닌데

혼자 앉아서 쑤신데 또 쑤시고 지랄이다.



안다친척 하고 싶었는데.. 졸라 아팠다! 빌어먹을...

 

계단에서 떼구르르 구르는 광경을 목도하고선
안다쳤니...라고 묻는다.
안다쳤을리가 있나....


살짝 옆자리 과장이 꼬시는 바람에 소주 일잔 하며
마음을 달래고 이제 코딩한판 해볼까 하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너무 심하게 소심하고
너무 심하게 친절하고
너무 심하게 여린 안이사...
그래서 그것때문에 다른 사람이 상처 받는줄도 모르는 안이사...
그 디자이너와 둘이 상의해가며 코딩을 하고 있었다.

홍도야, 금순아...
그래도 니들은 좋겠다.
울지말고 굳세게 살라고 노래라도 흥얼거려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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