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로운 회사에 첫출근 하는 날이다.
이나이에 첫출근 따위가 뭐이 새롭겠냐마는...
간밤에 있었던 가방 날치기범 탈골에 관한 사건기록을
소상히 전하고자 한다
그것이 첫출근과 무슨 상관이냐....라고 묻지 말길...
상관 있다.
지난 회사... 새회사.. 모두에게 상관이 있다.
사건발생전날 2004년 3월 31일 오후 1시경
오늘은 퇴사하는 날이다.
싸가지 엄씨 클라이언트임을 빙자하여
은근슬쩍 말이 짧았던 나이 어린 여자대리와도 작별이다.
인수인계도 끝났고
난 지금 백화점이다.ㅋㅋㅋ
큰맘먹고 난생처음 베*통에서 바지를 샀다.
날씨도 좋고하니... 그냥 그 바지를 입고 나가야 겠다.
색두 좋구 가방하고도 아주 잘어울린다.
사건일 2004년 4월 1일 새벽 0시 30분경(재섭게 만우절임..ㅡ.ㅡ;;)
피해자 깡통로봇은 퇴사를 기념하여
전직장 동료들과 거나하게(아쭈 거나하게...)
술을 마신다. 장소는 선릉..
묘지 근처다. 역시 사건은 으슥한데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근데 남들은 소풍도 오고 웨딩촬영도 한다. 무덤이 뭐 그리 좋은지 ㅡ.ㅡ;;
거기까진 좋다.
전철이 끊길것 같다.
인천까지 가는 삼*고속을 타러 강남으로 이동
사건일 2004년 4월 1일 새벽 1시경
깡통로봇은 삼*고속 버스를 발견하고
눈썹이 휘날리게 뛰어
버스 안으로 몸을 싣는다.
헉.. 자리가 엄따.
깡통은 술에 취했다.
고속도로를 서서 간다면???
피자를 다섯판쯤 만들지도 모른다.
2600원을 되돌려 받고 다시 하차함
운전기사 아저씨 왈... 막찬데요??
할 수 있나...
주머니를 뒤져보자.
만원짜리 한장이 있다.
돈을 찾을 수 있는 편의점을 찾아 복잡한 강남역 거리를
헤매는 처량한 깡통
그와중에 같이 갔던 동료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세상에서 내가 젤좋다는둥
사랑한다는둥 하더니만 다 뻥이었다.
치사한놈...
결국 깡통은 귀가를 포기하고
늘 하던대로(ㅡ.ㅡ;;)찜질방을 향하기로 결정.
사건일 2004년 4월 1일 새벽 1시 30분경
양재역에서 도곡동 가는 방향 어디쯤에
꽤 유명한 찜질방이 있다.
예전에도 애용하던(;;;) 곳이다.
근데 택시를 타면 찜질방 들어갈 돈이 없을 것 같다.
걸어가기로 한다...ㅡ.ㅡ
강남역에서 뱅뱅사거리를 지나던중
물론...깡통은 비틀거리고 있다..
왼쪽에서 승용차 한대가 빵빵거린다..
고개를 살짝만 돌려도 되는데
술이 거나한 깡통은 동작이 딥따 커진다. 오버쟁이..
허리를 숙이고 귀여운척 고개를 옆으로 돌려 쳐다 본다..
태워다 드릴까요??
짜식.. 이쁜건 알아가지고..
대따 임마...
깡통은 약간 우울한 마음을 떨치고 씩씩하게 걷는다.
오늘~도 걷는다아~마는 정처엄느은 이 바알낄~
사건일 2004년 4월 1일 새벽 1시 40분경
내가 미쳤지...
여기까지 걸어 오다니.. 그래도 고지가 보인다.
거리는 짙은 어둠의 냄새만이 진동하고
흔들리는 네온사인...
그윽한 눈으로 걷는 여인...
그뒤를 조용히 따르는 한 남자...
이런 그림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거기엔 빨간고추장 흔적과 꼬치 몇개가
낮에 떡볶이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길엔 아무도 없었다.
그래.. 그래도 고지가 눈앞에 보이니 조금만 힘을 내자.
그때다.
갑자기 내몸이 훽 누군가의 힘에 의해 제껴졌고
어깨에 매달려 있던 가방이 위치를 이탈하며
눈앞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날아가고 있는 가방끈에
초강력 파워에너지를 실으며 움켜쥐었다.
그놈도 움켜쥐고 있었다.
가방끈을 움켜쥔채 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러나 절대 놓지 않는다.
그놈도 놓지 않는다.
돈은 없다.
하지만 거기엔 엊그제 새로산 화장품지갑이 들어 있다.
난 그것만은 뺏길수 없다고 생각했다.
땅바닥에 쓰러진채 한 20미터쯤 끌려간것 같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이다.
나는 소리를 지른다..
악~~ 아아악~~~ 아아아아악~~~
참다못한 그놈이 도망간다.
사건종료...
사건종료 그후 2004년 4월 1일 새벽 1시 50분경
깡통은 망연자실하여 그자리에 털석 주저앉았다.
한참을 앉아 있다가 찜질방으로 들어갔다.
절뚝거린다.
만이처넌이란다..
어라.. 만원밖에 엄네?
아줌마.. 여기 돈찾을데 없어요? ㅜ.ㅡ
아줌마가 묻는다. 무슨일 있었어요?
그 물음에 내꼴을 살펴보니
베지색 자켓은 온통 흙투성이고
바지엔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개망신...
강도에게 당할뻔 했어요...ㅡ.ㅜ
어머나... 그냥 들어가랜다 ㅋㅋ
웃을때가 아닌데...
사건종료 그후 2004년 4월 1일 아침....
눈을 떴다.
찜질방이다. 그렇지...
그리고 퍼뜩 생각난거시 있다.
내바지.... 내바지!!!!
헙... 내 새로산 바지...ㅡ.ㅜ
한재산 털어서 산 내 새바지가...
피떡이 되어 절규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상처입은 바지..
그러고 보니 무릎이 아프다... 헉...
무릎도 피떡이다.
그러나 무릎따위는 상처입은 바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라.. 대일밴드가 붙어 있네?
맞다..
간밤에 찜질방 손님들이 너도나도 걱정을 해주며
쥔 아줌마 불러서 구급약통들고
한소동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넋놓고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줌마가 빨간약을 바르고 있었다.
우띠... 나는 빨간약 알러지가 있는데...
대일밴드를 처음엔 한 다섯개쯤 붙였는데
무릎이 엉망이 되었는데 그게다 무슨 소용이냐 ㅠㅠ
내가 자기전에 떼어 버려서리..
무릎밑에 쬐꼬만거 하나만 남아 있었던거다.
그리고 세수하고 화장을 하려고 가방을 여니
내가 목숨걸고 사수했던 화장품지갑이 보인다.
녀석은 방긋 웃고 있다.
그놈은 몇일전에 세일할때 산거다..
그러고 보니..
이천원주고 샀다 ㅡ.ㅡ;;;;;;;;;;
이천원때문에.....
내 피눈물같은 바지가... 그리되었다.
사실은 난 내 바지나 무릎보다
얼굴은 못봤지만 간밤의 그넘이 불쌍한 넘이지 싶다.
혹시 팔이 빠지진 않았을까 살포시 걱정도 되고 미안하기도 하다.
이 육중한 몸으로 버텼으니...
어쩌다 이런 독한 것에 걸려서 꽁지빠지게 도망이나 가고 말이지..
지금쯤 업종변경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척 미안한 생각이 든다.
사건종료 그후 2004년 4월 1일 오전내내...
첫출근이다..
어쨌든 회사는 가야지ㅡ.ㅜ
빨리 오라고 난리를 치는데도 몇일이나 늦춘건데
오늘 또 안간다 그러면
게거품을 물꺼다.
쩔뚝쩔뚝...
사람들이 쳐다본다.
아.. 쩔뚝거려서 쳐다보는게 아니라
띵띵부은 얼굴의 웬 여인이
반팔을 입고 쩔뚝거리고 있어서다 ㅡ.ㅡ.
사람들이 왜 쩔뚝거리냐고 묻는다.
간밤의 영웅담을 얘기해준다.
아..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그놈 오늘밤에 비관자살 하는거 아냐?
팔 부러진거 같진 않구?
걔 진짜 속상하겠다 그지?
그렇다.. 우리민족은 역시 자비롭고 정이 많다.
좋은 사람들이다.. 주루룩...ㅡ.ㅜ
그리하여 이전 회사의 사장님은
이번 사건을 일컬어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의 대표적 사례라 칭하였고
새 회사에선
"제대로된 액땜" 이라 명하였으며
울언니는
"2처넌과 맞바꾼 베*통"이라 비통해 하였고
나는... 그저 졸립구 어지러울뿐이다.
언넝... 해장국을 먹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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