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없이 가볍게... 휘휘~ 다녀왔다.
동해안의 해돋이를 보며 마음을 추스려 보고자 떠났건만 애매한 시간에
도착해버렸다.
차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자고 났더니 날 샜드라...
하늘은 이내 해를 삼키기로 했나보다.
시뻘개야 마땅한 해는 구름속에 숨어서 흔적만 흘릴 뿐이었다.
역시 해돋이는 춥다. 아닌가.. 새벽의 바다가 추운건가
이래저래 가을 새벽의 동해바다는 내장 끄트머리까지 시리다.
그냥 집에 가기도 민망하고 어디 멀리 작정하고 떠나자니
지갑도 너무 겸손했다.
그리하야 오대산 국립공원에 갔는데 입장료를 주차비까지 하여 만원이나 냈건만
어찌나 걷기도 싫어라 하고 귀찮은걸 싫어라
하는지
국립공원 입구의 월정사 다각탑만 하나 보고 내려왔다. 천년고찰이라기에..
걸어 나와서 국립공원 안내지도를 다시보니
국립공원이라고 큼지막하게 영역표시 되어 있는 지도 중
월정사는 그 초입에 점처럼 찍혀 있었다.
입구에 손도장만 찍고 나왔음을 알게 되었다.
조금 민망은 하다.
강원도 옥수수를 삼천원어치 사먹고 오대산의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다 먹고 나니 아줌마가 된장찌게를 안가져다 준 사실을 알았다.
빌어먹을...
여기저기서 아무튼 죄다 찬밥신세다..
돌아 오는길에 오대산의 유명하다는 단감을 샀다.
진고개를 넘도록 집집마다 마을어귀마다.. 밭기슭, 논기슭마다
아무렇지 않게 서있는 감나무는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만큼 감을 주렁 주렁 매달고는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 감 한무더기에 만원이란다. 마트에서 보다야 싸긴 한듯 보였다. 그리고 알고 굵고
윤기가 반짝반짝 한것이 좋아는 보인다.
주머니에 삼천원 밖에 없다고 몇개만 팔으라고 했다.
아저씨가 인심좋게 절반을 담아 주신다.
차가 막히니 서두르는게 좋겠다고 한마디 거들어도 주신다.
햇감은 물이 아주 많았다.
아직 단내보다는 떫은 맛이 나지만 햇빛과 적당한 열과 적당한 만큼의 시간의 힘만 있으면
하루
이틀 맛을 내어 달디단 단감이 될것이다.
맛이야 시큼털털하지만,
아직 떫고 비린 생풀 냄새가 나지만,
온몸에 푸른에너지가 충만하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짧고 쏜살
같다.
아기 였던 것 같았던 해리포터가 저렇게 징그러운 얼굴로 나타나다니...
장미도 이제 갓 봉우리가 맺히고 푸른 생잎냄새가 나는 긴 시간을 거쳐 활짝 피어 향을 품어내는 열락의 시간은 짧기만 하고
저 거대한 산들도 산정상이라는 것은 언제나 좁고 위태롭다.
이제 맛이 달았던 시절이 있었는지도 기억도 안난다. 늘 이상태였던 것 같다.
마음에선 오래된 각질이 떨어져 내린다.
질기고 억세어져 이제 향기도 가물거리는 시래기 같으다.
그래.. 그래도 너는 말라 시들면 곶감이라도 되는데...하고..
지나야 할 것들은 모두 지난 것일까
난 서른만 넘으면 커피포트에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아주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창밖을 내다 보며 서있게 될 줄 알았다.
역시 광고를 너무 많이 봤다.
그래도 마음을 쓸어 내려 보자.
떫은 단감 한알이 달디단 분을 내는 곶감이 되는 한 계절만큼이나
날카로운 가을 햇살의 힘을
등에 업고,
가뭇없이 비껴가는 시간의 힘을 빌어서라도
힘든 날들을 이겨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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