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싱글로 맞는 세번째 새해..

영혼기병깡통로봇 2004. 1. 23. 19:13
새해를 맞습니다.
좋은 하루들 보내고 계시는지요...
그럭저럭 또 한해를 시작했습니다.
서른, 잔치라도 해볼까보다.. 라며 타이틀을 달고 칼럼을 시작한지 3년 입니다.
이젠 타이틀도 바꿔야 겠네요 ^^
서른을 넘어도 훨씬 많이 넘겼으니 이건 다 거짓말처럼 느껴집니다.
지난 날들도 다 거짓말이 되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됩니다.
올한해 이젠..다른 이름, 다른얼굴로 다시 시작합니다.
간만에 들어와 보니 다음칼럼이 새집을 만들었더라구요.
저도 새집으로 이사하려고 몇번을 시도했으나 에러만 나도 이사가 안됩니다. ㅎㅎ
곧 새집으로 이사를 하고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싱글이 된지 어언 3년째
나이 먹어서 싱글이 된다는게 얼마나 처절한 일인지 몸소 체험하고나서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세상엔 참 많더라는것
살다보면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 꼭 하나 생긴다는것..

그리고 정말 힘들고 괴로울땐 옆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매일매일 얼굴을 대하던 가족도 마치 나와 상관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땐.. 니들이 뭘알아... 니들에겐 고작 형편없는 패배자의 넋두리처럼 들리기나 하겠지.. 난 혼자야...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만약 내 옆에서 안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좀더 열었더라면 덜힘들었을 것 같다는생각이 이제야 겨우 듭니다.

일보다 돈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그것 하나는 깨달아 놓고 사랑보다 더 중요한것이 있다는 더 중요한 사실은 미쳐 깨닫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젠 직장생활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프리랜서로 나선지 1년 반만에 다시 시작한 직장생활..
생각도 변하고 직장에 대한 기대치도 변했습니다. 그러니 이전처럼 목숨걸고 일에 매달리게 되지도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마치 새끼를 낳자 마자 탯줄을 끊고 양막을 걷어내며 젖을 물리던 우리 강아지처럼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나이 서른셋에도 철야를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이제는 대체 내가 원하는게 뭔지도 헷갈립니다.

돈보다 중요한것, 일보다 중요한것, 사랑보다 중요한것...아무리 중요한 진리를 터득했다 한들 그것과 상관없이... 살면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일들이 무수히 생깁니다.
가치를 따지면서 순위를 따지면서 득과 실을 고민하기 힘든 상황에서 가장 첫번째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결국 내 양심과 내 자존심인 것 같습니다.

이제와 돌이켜 보니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나의 판단의 기준은 언제나 남들앞에서 당당해 지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난 일이 더 소중해... 하하... 나의 착각이었을까요?
일이 중요한게 아니라 다른 누구 보다 자랑스러운 내가 되길 스스로 채찍질 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반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긴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월요일이 되면 또다시 나를 세우기 위한 채찍질에 여념이 없을 거라 믿습니다.

다만 나의 본질... 내가 원하는 것...
정말 중요한게 무엇인지를 언제나 잊지 않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이해의 마지막날은 부디.. 부디.. 싱글이 아니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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