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지구위에서 매달려서 산다.
지구를 통째로 삼킬 수는 없다.
그리고 또 안으로 기어들어갈 수도 없다.
아마 지구는 너무 단단하고
뜨끈해서
그런가보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자꾸 나가면 다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고 착각도 했었지만
우리는 모두 지구에 매달린 채 떨어지지 않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녀들과 나는 손을 잡고 끌어 안을 수는
있었지만 안으로는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녀들은 물이고 나는 기름이어서 일까
그녀들이 너무 뜨겁고 내가 너무 차가워서 일까
모두다 지구에 매달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어서 일까
둥글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사람과
낡고 녹슨 잔디깎이로 변신한
사람의 거리 같은 걸지도 모른다
아파트 청약도 우선순위라는게 있다.
매주 생기는, 매월 네번에서 다섯번은
정해져 있는,
흔하고 흔한 어느 일요일에도
인생의 우선순위를 만난다.
엄마를 만날까, 친구를 만날까, 회사를 갈까,
남자친구를
만날까,
학교친구를 만날까, 회사친구를 만날까,
집에서 빈둥거릴까... 등등등
파도가 태평양을 건너거나 비구름이 되는
일도
그냥 저냥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도 우선순위라는게 있다. 비밀을 알고나 있나?
다짜고짜 내륙의 저수지에 풍덩 몸을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미안...
오랜만의 약속인데
미안...
미안하기는... 우선순위라는게 있고
또 우리는 서로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데...
게다가 매달리기도 벅차잖아! 안그래!
그녀들이 내안으로 들어오기엔 난 너무 얕고
축축하고 비릿했다.
우리는 지구를 겉돌고
지구는 나와 상관없이
돌며
그들은 나와 상관 없이 돌고 있다.
나와 우리는 서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나 겉돌고 있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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