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해를 맞는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한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날때마다... 4분음표... 혹은 온음표... 혹은 16분음표... 템포가 정해지거나... 기쁘고 행복할때는 길게 길게 늘이고 또 되돌이표를 찍고 불행 할때는 대충 악장하나를 건너 뛰고...
시간이 그렇게 흘러 주면 좋겠다.
내일도... 모레도 어제도 머리속에 있는 생각은 늘 되돌이표... 되돌이표... 어느순간까지만이라도... 그렇게 되돌이표만을 생각하고 있는 하루...
그러나 시간은 그저... 악보도... 템포도.. 연주자 따위도 없는 거였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말이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아침 이지만 조금 다른 기분으로 방안을 둘러 보게 되고 하드디스크도 한번 더 뒤져보는 일따위... 그것뿐이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발견했다.
이젠 없는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은 시간이 아무리 흐른대도 결국은 마음을 다치게 마련인가보다.
거울 앞에 걸린 곰돌이 푸우...
어느날 밤에 술에 취한 녀석이 500원을 넣고 뽑았다며... 신나하던 얼굴이 겹쳐진다... 인형을 떼어 냈다.
다이어리...다이어리에 새 달력을 끼워 넣고... 맨뒤에 붙어 있는 사진을 이제야... 겨우 이제서야 떼어내려고 한다.. 결국 떼어 내진 못했다. 하지만 곧 이것도 떼어 낼 것이다.
메일함도 정리했다. 보내지 못한 메일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이젠 받아줄 사람도 없는 메일들... 차마 보내지 못하고 묻어두었던 마음이 저 구석에 쌓여 있는걸 그가 알아줬으면 싶다. 미련하게도...아직도 그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아주 잠깐 생각했다. 결국은 이것마저 지워낼 것이다.
책상 두번째 서랍 구석에 세워진 빨간 중국식 비단천에 싸인 상자...
첫번째 해외출장, 첫번째 비행기여행.... 첫번째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녀석이 들고온 선물이다.
키가 다른 붓들이 나란히 누워있다. 이걸 어디에 쓰라고.... 대체...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어느날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내가 그랬다. 회사에서 간판달때 쓰는 와이어 있지? 것좀 가져와... 왜? 암튼 쓸데가 있으니까 꼭 갖고와 나사랑 같이...
정말 한밤중에 나사와 연장들과 와이어를 종류별로 들고 왔다.
내가 그걸로 무슨 짓을 했냐면.... 그냥 열쇠고리를 만들었다...
이쁘지 않냐.. 아까 낮에 갑자기 이걸로 열쇠고리 만들면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너... 너 이거 만들려구 이밤중에... 날더러 이거 갖구 오라그런거야? ....
...응...
하하.... 책상서랍 저 안쪽에 있었네...
엉덩이에 빨갛고 파란 양말 네개가 그려진 크리스마스 커플팬티도 있다. 지금 문앞에 걸려 있다. 녀석도 이번 크리스마스때 이걸 입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마 커플링을 꼈던 손가락에 이내 다른 반지를 채워 넣어 버린 내마음과 같지 않을까 ...
가끔 녀석에게서 전화가 온다.
필사의 노력으로 녀석에게 말한다.. 아하하.. 오랜만이다.. 술먹었냐...
그리고는 아무말도 못하겠다.
그녀석이.. 엄마나.. 상사쯤으로 느껴질 만큼 주눅들게 하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자신 없는 내가 수화기를 잡고 있는 거였다.
그걸 녀석이 느낀 다면 아마 많이 마음 아파할 것 같다. 왠지 그렇것 같았다.
욕실에 걸린 수건 하나에서 부터 쬐끄만 향수... 컵하나... 민이에게 물어 뜯겨 얼굴 없는 괴수가 되어버린 백곰까지... 녀석의 이름을 지워내고는 존재할 수 없는 것들 뿐이다.
그 이름은 이제 없는데... 그것들은 내 주위에 녀석의 존재감을 가득가득... 매일 아침 화수분처럼 새롭게 채워 놓는 것이다.
최근엔 눈을 감는 일이 많아졌다. 즐겁거나... 새로운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대신...눈을 감는 정도가 시간이 내게 해준일의 전부다.
그러니 이젠 버려야 겠다.
그러니... 이젠 이것들을 모두 버려야 하겠다.
만약.. 또 다른 사람이 옆에 서게 되는 날이 오면...
의심 없이 설렘을 경험하고..
망설임 없이 따뜻함과 아낌 없이 줄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을 그에게 되돌려 줄 수 있을까...
그렇게 따뜻하게... 아프지 않게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될까...
그걸 아직 모르겠어서.. 그래서...
이것들을 아직 버리지 못하겠다...
===============================
2002년 1월의 일기다...
어쩌면... 어쩌면 달라진게 이리도 없을수가 있을까..
또 다른 사람이 옆에 서게 되는 날이 오면...
의심 없이 설렘을 경험하고..
망설임 없이 따뜻함과 아낌 없이 줄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을 그에게 되돌려 줄 수 있을까...라는 후회를 어쩌면 이렇게 뻔뻔스럽게 또하고 있을 수 있을까...
의심없이 설렘을 경험해 놓고도...
아낌없이 따뜻함을 줄 수가 없었다. 받지 못하는 사랑에 안타까워 했을뿐 이었을까..
지나고 나면 이다지도 줄것이 많은데 왜 그때는 눈멀고 귀막은채로 나를 쳐다보지 않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독을 던지는게 다였을까...
후회하는 일이 내 인생의 전부인가보다.
그러나...그를 사랑하고도 떠나보냈던 그해여름보다 조금은 나을거라고 희망을 갖는다.
사랑은 아니더라도... 비록 이것이 우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평행선을 유지하게 되는 일일지라도 ...
뒷모습조차 남기지 않고 떠났던 지난 여름의 그사랑보다는 어쩌면 더 많이 마음아픈 일상을 견뎌야 할지라도...
그래도 아직 그는 동료로서 내옆에 있으니까..
어쩌면 후회없이 그에게 따뜻함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있을테니...
처음... 그저 동료로만 남아야겠다고 결심했던 그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리라...
하루가 지날 때마다... 한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날때마다... 4분음표... 혹은 온음표... 혹은 16분음표... 템포가 정해지거나... 기쁘고 행복할때는 길게 길게 늘이고 또 되돌이표를 찍고 불행 할때는 대충 악장하나를 건너 뛰고...
시간이 그렇게 흘러 주면 좋겠다.
내일도... 모레도 어제도 머리속에 있는 생각은 늘 되돌이표... 되돌이표... 어느순간까지만이라도... 그렇게 되돌이표만을 생각하고 있는 하루...
그러나 시간은 그저... 악보도... 템포도.. 연주자 따위도 없는 거였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말이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아침 이지만 조금 다른 기분으로 방안을 둘러 보게 되고 하드디스크도 한번 더 뒤져보는 일따위... 그것뿐이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발견했다.
이젠 없는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은 시간이 아무리 흐른대도 결국은 마음을 다치게 마련인가보다.
거울 앞에 걸린 곰돌이 푸우...
어느날 밤에 술에 취한 녀석이 500원을 넣고 뽑았다며... 신나하던 얼굴이 겹쳐진다... 인형을 떼어 냈다.
다이어리...다이어리에 새 달력을 끼워 넣고... 맨뒤에 붙어 있는 사진을 이제야... 겨우 이제서야 떼어내려고 한다.. 결국 떼어 내진 못했다. 하지만 곧 이것도 떼어 낼 것이다.
메일함도 정리했다. 보내지 못한 메일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이젠 받아줄 사람도 없는 메일들... 차마 보내지 못하고 묻어두었던 마음이 저 구석에 쌓여 있는걸 그가 알아줬으면 싶다. 미련하게도...아직도 그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아주 잠깐 생각했다. 결국은 이것마저 지워낼 것이다.
책상 두번째 서랍 구석에 세워진 빨간 중국식 비단천에 싸인 상자...
첫번째 해외출장, 첫번째 비행기여행.... 첫번째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녀석이 들고온 선물이다.
키가 다른 붓들이 나란히 누워있다. 이걸 어디에 쓰라고.... 대체...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어느날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내가 그랬다. 회사에서 간판달때 쓰는 와이어 있지? 것좀 가져와... 왜? 암튼 쓸데가 있으니까 꼭 갖고와 나사랑 같이...
정말 한밤중에 나사와 연장들과 와이어를 종류별로 들고 왔다.
내가 그걸로 무슨 짓을 했냐면.... 그냥 열쇠고리를 만들었다...
이쁘지 않냐.. 아까 낮에 갑자기 이걸로 열쇠고리 만들면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너... 너 이거 만들려구 이밤중에... 날더러 이거 갖구 오라그런거야? ....
...응...
하하.... 책상서랍 저 안쪽에 있었네...
엉덩이에 빨갛고 파란 양말 네개가 그려진 크리스마스 커플팬티도 있다. 지금 문앞에 걸려 있다. 녀석도 이번 크리스마스때 이걸 입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마 커플링을 꼈던 손가락에 이내 다른 반지를 채워 넣어 버린 내마음과 같지 않을까 ...
가끔 녀석에게서 전화가 온다.
필사의 노력으로 녀석에게 말한다.. 아하하.. 오랜만이다.. 술먹었냐...
그리고는 아무말도 못하겠다.
그녀석이.. 엄마나.. 상사쯤으로 느껴질 만큼 주눅들게 하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자신 없는 내가 수화기를 잡고 있는 거였다.
그걸 녀석이 느낀 다면 아마 많이 마음 아파할 것 같다. 왠지 그렇것 같았다.
욕실에 걸린 수건 하나에서 부터 쬐끄만 향수... 컵하나... 민이에게 물어 뜯겨 얼굴 없는 괴수가 되어버린 백곰까지... 녀석의 이름을 지워내고는 존재할 수 없는 것들 뿐이다.
그 이름은 이제 없는데... 그것들은 내 주위에 녀석의 존재감을 가득가득... 매일 아침 화수분처럼 새롭게 채워 놓는 것이다.
최근엔 눈을 감는 일이 많아졌다. 즐겁거나... 새로운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대신...눈을 감는 정도가 시간이 내게 해준일의 전부다.
그러니 이젠 버려야 겠다.
그러니... 이젠 이것들을 모두 버려야 하겠다.
만약.. 또 다른 사람이 옆에 서게 되는 날이 오면...
의심 없이 설렘을 경험하고..
망설임 없이 따뜻함과 아낌 없이 줄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을 그에게 되돌려 줄 수 있을까...
그렇게 따뜻하게... 아프지 않게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될까...
그걸 아직 모르겠어서.. 그래서...
이것들을 아직 버리지 못하겠다...
===============================
2002년 1월의 일기다...
어쩌면... 어쩌면 달라진게 이리도 없을수가 있을까..
또 다른 사람이 옆에 서게 되는 날이 오면...
의심 없이 설렘을 경험하고..
망설임 없이 따뜻함과 아낌 없이 줄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을 그에게 되돌려 줄 수 있을까...라는 후회를 어쩌면 이렇게 뻔뻔스럽게 또하고 있을 수 있을까...
의심없이 설렘을 경험해 놓고도...
아낌없이 따뜻함을 줄 수가 없었다. 받지 못하는 사랑에 안타까워 했을뿐 이었을까..
지나고 나면 이다지도 줄것이 많은데 왜 그때는 눈멀고 귀막은채로 나를 쳐다보지 않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독을 던지는게 다였을까...
후회하는 일이 내 인생의 전부인가보다.
그러나...그를 사랑하고도 떠나보냈던 그해여름보다 조금은 나을거라고 희망을 갖는다.
사랑은 아니더라도... 비록 이것이 우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평행선을 유지하게 되는 일일지라도 ...
뒷모습조차 남기지 않고 떠났던 지난 여름의 그사랑보다는 어쩌면 더 많이 마음아픈 일상을 견뎌야 할지라도...
그래도 아직 그는 동료로서 내옆에 있으니까..
어쩌면 후회없이 그에게 따뜻함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있을테니...
처음... 그저 동료로만 남아야겠다고 결심했던 그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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