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빨간트럭... 파란대문

영혼기병깡통로봇 2002. 8. 29. 19:28










 







 




















몇일째 날이 스산하다.

비가 오지도 않을 거면서 하늘은 어둡고 해가 나지도 않을 거면서 날은 덥다.

결계에 갖혀 버린 느낌이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고 아무런 향도 느껴지지 않으며 눈을 감기엔 너무 밝고 앞을 내다 보기엔 너무나 암담한 낮의 기운으로 사방이 둘러 쌓여 있는 듯 하다.

어쩌면 다시는 청명하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일은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모레쯤엔 누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 다음날엔...



아니다.. 어젯밤... 하루를 접으면서 오늘을 소망하였던가...

머리속에도 희뿌연 결계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것이 분명하다.



아니다. 간밤에 본 영화때문이다.

김기덕이 참 싫다. 사람들도 다 싫어 한다.

인생의 밑바닥을 굴러 온 삶만이 진정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그의 쓰레기 같은 영화가 싫다.
파란대문이 그러하였고, 간밤에 본 나쁜남자가 그러하다.

그러나 그의 아득한 우울과 소름끼치도록 실존적인 감성에 대고 쓰레기라 말하는건 망설여진다. 그게 나의 모순이며 사치스러운 딜레마이다.



만약 한기와 선화의 바닷가에서 수채와 같은 사랑을 만난다면... 새장여인숙의 남루한 수돗가에 서있는 진아와 혜미에게서 사춘기 소녀같은 우정을 만난다면...



그리하여 인생은 아름다웠노라고 말한다면 하하하... 빌어머글 이었을 거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해도 빌어먹을 일이지...



빌어먹을 깡패새끼를 만나 낯선 곳에서 깡패새끼를 사랑하고 깡패새끼를 사랑하고도 깡패새끼와 함께 몸을 파는게 전부야...


그게 이쁘고 사랑스러운 스무살 여대생이 어느날 만나게된 인생이다.



그녀를 만났고 한기의 방식으로 사랑했고 그 사랑을 빨간 트럭에 깔린 한장의 매트리스로 다른 남자에게 팔았다.
그리고 또 다른 공간을 향해 운명이 흘러간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한기도.. 선화도 가볍기 짝이 없는 정태도 대학생인 선화의 남자친구 조차도... 사랑이란 단어를 단 한번도 입에 담지 않았다.

깡패새끼가 사랑은 무슨 사랑이야...



그게 영화가 말한 사랑,... 전부다.



사랑때문에 울고 웃기엔.. 사는게 너무 옹색하고 치졸했다.

그리고 너무나 구차했고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거리에 떨어진 포스터를 접어 목에 구멍을 뚫던 한기의 눈빛에서 미친 개새끼를 발견한다.


그리고 세상은 너무나 더럽고 구차하며 그 더러운 쓰레기더미속에서 뒹구는 나는 푸줏간에 갇힌 돼지처럼, 한기와 똑같이 개새끼의 눈을 가진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기가 사랑을 하고 내가 사랑을 하고 우리가 사랑을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라는 것이 공을 주고 받으며 땀을 흘리고 한차례 샤워를 하고 나면 거뜬해지는 스포츠와 달라서 게임이 끝나도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공대신 마음을 주고 받는 까닭이다.



그 마음이 얼만큼 시리나면... 마음을 주고도 돌려 받지 못하는 하루 저녁이 얼만큼 시리냐면... 발가벗은 채 황량한 얼음 대지에 홀로 서있는 것처럼...아니... 그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내가 시리다.

차라리 한기의 빨간 트럭에 몸을 실을 수만 있다면... 차라리 더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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