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이 그림일기

[에꼴로지 그림일기]똥은똥끼리.... 그나물에 그밥...

영혼기병깡통로봇 2002. 5. 17. 16:33
네 시작은 미미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라고 믿어야하는 거실까....
아니면 똥은 똥끼리요 그나물에 그밥이라는 성현들의 말씀을 따라 초장에 포기를 해야 하는 걸까?

서른을 숨가쁘게 넘긴 에꼴로지니는 수술대에 힘없이 누워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맞선이란걸 보기로 결심했다.

바야흐로....
오늘이 바로 그날인 것이다.

오늘의 첫번째 맞선상대...

따이따이 기쁨조 쇼를 위해 마지막 리허설을 하던 나의 10년지기 친구인 닭살커플은 연습이 순조롭지 않자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오늘 공연은 과감히 포기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나중에 결과 보고 한후에 영 상태 안좋으면 메시지 남길터이니 지체없이 나타나서 껌을 팔아 달라는 주문을 한후...

이왕 만나는거 호구조사라두 하자..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약속장소에 갔다.
멀리 어떤 남자가 앉아 있다.
즉시 뒷걸음질 쳐서 문밖으로 나갔다.
메시지를 보냈다...
"아주 많이 빨리 나가게 될듯..."

그는 2대8 가르마의 사내였슴다.
그리고 간장찍은 멸치처럼 까만 곱슬머리에 존재감 없어보이는 얼굴... 비쩍마른 몹집에 후줄근한 면남방을 바지 밖으로 꺼내어 입고 두꺼운 입술로 저를 바라보며 씩 웃는 그를 보며...
식은땀 한방울이 뒷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가씀다.

마치 그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튀어 나올 것 같았슴다
"우리 욘뵨에서는 말임다~~~"

욘뵨사나이는 스포츠를 좋아 한다고 말했슴다... 저더러 어떤 운동을 좋아하냐구 물었슴다.
저는 솔직하게 말했슴다. 전 운동을 원래 싫어 함다. 그리구 돈내구 왜 이 막노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늘 생각하고 사는 사람임다.

그는 또 말했슴다. 등산 좋아하냐고 묻더니 요즘도 가끔 혼자 등산을 간다고 했슴다.
이건 내가 싫어하는 5대 흉목 가운데 하나임다. 혼자 여행을 가거나 혼자 영화를 보거나 혼자 콘서트를 가는건 이해함다. 혼자 등산을 가는건 80년대 학번의 예비역들이 갖는 전형적인 특성이었슴다. 전 너무 싫어 함다.
여러명이서 즐기러 가는건 이해함다.
하지만...이거... 정말 시러함다.

내가 **에 등록할때 어떤 남자가 좋냐구 묻길래 이렇게 말해줬슴다.
"밝구요... 고리타분하지 않은사람이면 좋겠어요..."

...

이사람.... 밝지않구 고리타분한 사람입니다.

그때... 이 위기를 다시한번 극복하고 2대8가르마의 욘뵨 사나이에게 애착을 가져 보고자 잠시 마음을 비우기 위해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섰슴다.
그때였슴다.
전 10년지기 닭살커플 친구....수탉과 암탉이 화장실 입구 테이블에 앉아 있는걸 발견했슴다.
놀란가슴 진정시키고 화장실에 드러갔슴다.
잠시후 계단의 틈으로 암탉에게 손짓하여 화장실로 초대하였슴다.
그녀는 숨도 쉬지 않고 말했슴다.
"야~~ 2대8가르마야... 산악부 박모선배가 생각나~~"
역시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나 봄다.
고마웠슴다.
욘뵨사나이에게 돌아가씀다...
" 저 내일 운전면허 시험이 있어서...."
2대8욘뵨과 저는 구러케 헤어졌슴다.
그리고 007처럼 닭들과 다시 재회를 해씀다.
닭들은 흥분해씀다.
마치 내일 종로의 국세청 건물 21층에 있는 ** 사무실에 비행기라도 날려보낼 기세였슴다.
닭들이 껌이라도 팔러 오지 않았다면 아마 난 괜한 사람 가지구 투정 부렸다는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름다.
닭들은 그의 가르마와 면남방에 대한 울분을 토하느라 두정거장을 함께 걷다가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갔슴다.

암튼 다음번도 기대할 건 못될 거라 생각됨다.

똥은똥끼리.... 그나물에 그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