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이 국내여행기

3박4일 나홀로 제주 여행 - 1일차 사려니숲과 나무이야기

영혼기병깡통로봇 2013. 6. 17. 15:22

가보고 싶은 게스트하우스도 정하고 가고 싶은 곳도 정했지만

여행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저 걷는 계획으로 족했던 것 같다.

걸어 보기... 만

 

그저 바닷 바람과 숲의 소리에 몸을 맡기고

머리속의 생각들을 털어낼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날 오후 부터 아주 방탕한 아줌마 처럼 비행기 티켓을 사제끼고 있었다.

 

안가면 안돼? 진짜 갈꺼야? 나랑 내륙으로 가면 안돼?

혼자 가서 뭐할라고?

남편과 친구에게 흘러나온 여러 종류의 물음표를 뒤로 하고

눈,귀 모두 가리고 혼자서 계획한 실수 투성이 여행

11시 방향, 4시 방향, 7시 방향에 각각 숙소를 정하는 무모함이라니!!

처음 제주도 나홀로 여행을 계획 하는 여행족에게

꼭 알려 주고 싶은 건

"걸어 보기"와 "가고 싶은 곳 다 가기"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이다.

 

좋은 여행지와 맘에드는 숙소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렌트를,

말없이 걷고 또 걸으며 바다 바람속으로 마음을 던지고 싶다면

맘에드는 숙소 하나외에는 걷고 싶은 길을 따라가는 것 뿐이다.

길끝에 발을 멈추면 된다.

 

그리고 그 다음을 계획 하는 것...

예쁘고 컨셉도 좋고 주변 경치도 좋은 게스트하우스에 올인 하느라

정작 여행코스는 제대로 못짠...

그래서 제주도 남부를 버스타고 왔다리 갔다리.. 하느라 반나절을

옴팡 버리고... 아놔.. 시내 버스노선표 외우러 왔나...를

마음속으로 수십번 외쳤던 3박 4일이었지만

 

남편과 함께 차를 가지고 해안도로를 일주하던 관광여행 후에

한 동안 제주도 볼게 뭐있다고... 를 입에 달고 살았던

나에게 제주도가 설레임으로 각인된 시간이었다.

다시 오리라.. 꼭 다시 오리라...

다시 한달이건 두달이건... 다시 구석구석 길을 찾아 보리라 마음 먹었던 여행이었다.

 

첫날,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사려니숲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숲길을 무작정 걸었다.

이어폰을 꽂고 팻매스니의 마이송, 제임스, 레터프롬홈...

마음에 물이 차오를 때 즐겨 듣던음악을 틀어 놓고는

혼자서 걸었다.

까마귀도 울고 낮게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도

멀리 물소리도 스며 들었다.

 

 

 

 

사려니숲에서 약 10km를 걸었다. 천천히 쉬엄 쉬엄 걸어 보니

6시가 다 되었다.

세 시간 정도 걸었나보다.

운 좋게 1년 중 딱 한번 물찻오름을 공개 하는 기간인데

참~~ 운 없게 2시 넘어서 도착 하는 바람에 들어가진 못했다.

그래도 빨간머리앤에나 나올 법한 이름의 서어나무숲, 삼나무숲, 참꽃나무숲을

걸으며 아... 오길 참 잘했다..를 백번쯤 되뇌였다.

 

 

중간쯤 걸었을때

첫날 숙소인 나무이야기 주인장에게 문자가 왔다.

"오늘 저녁 7시 바베큐파티가 있습니다. 참석 하실 분 예쓰 문자 주세요"

 

흠..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의 바베큐 파티라...

한번 같이 해보자!

나도 사람을 사귀어 보아야겠다.

당연히.. 예스...

부랴부랴 걷기를 마치고 붉은 오름으로 나가

남원행 버스를 탔다. 오늘의 걷기는 여기에서 끝이다.

 

1일차 코스>> 제주공항에서 사려니숲가기

제주공항 (100번 버스타기) ->시외버스터미널(남조로행버스타기)->교래사거리 하차 

 

사려니숲입구에서 물찻오름-> 붉은오름으로 나오기

남조로버스 -> 남원리 하차 -> 게스트하우스 나무이야기 도착!

 

게스트하우스 "나무이야기"

나무이야기는 낡은 교회 건물을 사서 개조 했다고 한다.

평균 1인당 15000원에서 25000원 하는 게스트하우스 요금 대비 11,000원... 아.. 이렇게 가격이 착하고

분위기 좋은데다

올레 코스중 가장 인기가 많은 5코스의 바로 입구에 있고, 공항에서 제주를 가로지르는 남조로버스의 코스라는 점까지 매우매우 추천할 만한 게스트 하우스!

 

 

 

드럼통을 구겨서 만든 의자..

한번 앉아 보면 그 안락함에 탄성을 지르게 되는.. 보기보다 아주 편안한 의자에

꼭 한번 앉아 보시길...

 

바베큐파티는 다끝나고도

 

밤이 늦은 줄 도 모르고

풍류가객 주인아저씨의 기타 연주와 노래에 흠뻑 취했다.

아직 정말 하고 싶은게 뭔지 잘 모르는 25세 취업준비생,

33세 직장을 때려치고 15일째 제주도를 헤매(?)고 다니는 독신여성,

첫직장에 취업해서 OJT를 마치고 부서 발령 나기 전 마지막 일주일의 휴가를 즐기는 27세 남자아이 (기독교회사라 개종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승진에 어려울 수도 있다는 선배들의 충고에 충격 받으며.. 근데 당연하지 않겠냐)

42세 아직 미혼인 보건선생님

말이 무지하게 많은 등산가 아저씨... (이 아저씨의 폭풍 자기 자랑 때문에 결국 파티는 쫑났음)

 

밤이 깊어 가고

술은 취하지 않고...

내일의 발걸음이 기대로 가득차서

머리속에 고여 있던 고민과 갈등은 잠시 접어 두고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