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이 국내여행기

[충남 당진을 가다. 1.필경사] 상록수의 저자 심훈의 집을 찾아서

영혼기병깡통로봇 2012. 7. 22. 21:56

 

심훈? 아.. 상록수 저자? 심훈의 집이 당진이야?

라며 무지의 바다를 떠돌던 영혼이 그저 가볍게 이 여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행동하기 좋아하고 책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던 열혈청년은

참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다.

보여지는 것들에 저항하고 무엇이 어떻게 되어야 옳은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그리고 분노하는...

어쩌면 좋은 세상을 만났으면 바르고 열정 많던 청년은 크고 높은 이상을 잘도 가꾸어 갔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충남 당진의 이 곳은 필경사다.

상록수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단촐한 입구에 서있다. 단아한 초가집 한채에 비하면 상록수가 아니라 천년고목을 상징하는게 아닐까... 싶지만 그만큼 당진의 책임자들에겐 자부심일 것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울컥한 마음이 돋기도 한다.

이제 한걸음, 필경사 안으로 들어간다.

 

 

 

 

 

"붓으로 밭을 일군다"

농부가 밭을 가는 마음으로 글을 쓰겠다는 뜻으로 집을 짓고 또 행동으로 실천한 그의 집 필경사다.

 

역사와 한 문인의 세계가 주는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기에 나의 필력과 지식이 미미하니

연대별로 그의 행적을 열거하지는 못하겠다.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을 하고 조선일보에서도 일을 했고 유학도 했고 영화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당진 출생은 아니다. 창작 활동을 위해 아버지가 살고 있는 당신으로 귀경하여 직접 이 초가집을 지었다고 한다.

 

그가 직접 심었다는 대나무에 둘러 쌓인 이 곳에서 52일만에 계몽소설 상록수를 탈고 하였다.

 

 

 

 

심훈에 대한 기사를 찾다가 안경에 대해 언급한 기사를 보았다.

로이드 안경이라고 불리우는 안경이라고 한다.

그 당시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영화배우 "Harold Lioyd"가 즐겨 쓰던 안경이라도 한다. 덕분에 이 안경은 세계 2차 대전때까지 크게 유행을 했는데 심훈이 쓴 안경이 그 안경이란다. 그렇게 영화가 좋았나?

영화가 좋은 것도 좋은 것이지만 그만큼 스따~일을 중요시 했던 신인류 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적어도 그저 순박한 글쟁이거나 시골 선생님은 아니었을 것이다.

 

3.1운동에 가담하여 서대문형무소에 수감중이던 시기에 어머님께 쓴 글로 심훈의 최초의 글로 알려진다.

19살짜리 청소년이 끔찍한 공간에서 어머님께 쓴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중략)

어머님!
날이 몹시도 더워서 풀 한 포기 없는 감옥 마당에 뙤약볕이 내리쪼이고, 주황빛의 벽돌담은 화로 속처럼 달고 방 속에는 똥통이 끓습니다. 밤이면 가뜩이나 다리도 뻗어보지 못하는데 빈대 벼룩이 다투어 가며 진물을 살살 뜯습니다. 그래서 한 달 동안이나 쪼그리고 앉은 채 날밤을 새웠습니다. 그렇건만 대단히 이상한 일이 있지 않겠습니까? 생지옥 속에 있으면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누구의 눈초리에나 뉘우침과 슬픈 빛이 보이지 않고, 도리어 그 눈들은 샛별과 같이 빛나고 있습니다.

(중략)

어머님! 어머님께서는 조금도 저를 위하여 근심하지 마십시오.
(중략)

저는 어머님보다 더 크신 어머님을 위하여 한 몸 바치려는 영광스러운 이 땅의 사나이외다.

 

열아홉에 나는 무엇이었나... 잠깐... 아주 잠깐 생각하는 척도 해본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심훈이 사용하던 책상이다.

그의 손으로 수백, 수천번을 열고 닫았을 서랍의 작은 손잡이에

가만히 손을 내어 본다.

주변은 고요하고 부지런히 대나무 잎은 고요한 밤을 도와 마음을 달래어 주고.. 그랬을까...

온몸을 갉아 먹는 통증으로 그저... 힘들진 않았을까... 하고...

 

 

 

 

 

검열의 흔적이란다.

결국 출판하지 못하고 그가 죽을 후 유고작이 되었다는 그의 대표시 그 날이 오면

 

 

 

 

저항하고 싶은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두지 않는, 쌓아 둘 수 없었던 시절의 청년 심훈은

소설가였고 시인이었고 독립운동가였고 기자였고 영화배우였으며  감독이었던... 하고싶은것도 많고 재주 많은 청년이 이 곳에서 세상의 아무것에도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에도 닿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이 한적한 하늘

창가에 스치는 바람..

처마 밑을 훓고 지나는 세월..

 

 

그 세월들을 헤아려 본다.

사람들에게도 스미어 내리는 향기 같은 것들...

 

 

 

가는 길

당진군 송악읍 부곡리 251-14


서울, 경기, 천안에서
○ 서해안 고속도로 - 송악 IC - 한보철강 방향 대로 - 필경사 이정표에서 좌회전 

○ 천안 IC( 경부 고속도로) - 아산(39번국도) - 삽교호관광지(38번국도) - 송악 IC(서해안고속
도로 밑) - 부곡.고대국가공단(동부제강) - 한보철강 필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