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작 나이에 4자 하나 달았다고 해서 취향이 고전적 향기를 품게 되진 않습니다.
동유럽과 인도, 이스탄불, 차마고도, 프라하... 많은 남의 동네 여행을 열망하지만
또 딱히 중국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을리 없지만 ^^
어찌 해서 제주도 올레코스를 들여다 보다가 중국으로 급선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님 환갑을 맞아 여행을 보내드리겠다고는 했지만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민생고의 압박으로 모든 가족이 다같이는 못가고..
"아이.. 난 못해... 난 몰라..." 를 연발하며
아들에게만은 연약한 여자이고픈 당신께서 혼자는 또 못가시는 터라
때마침 백수인 제가 동행하겠노라 자진해서 손을 번쩍드는 놀라운 기적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함께 다닌 여행객이 15명이었는데
우리가 모녀가 아닌 고부간이란 걸 알게 되면 모두들 거의 충격과 놀라움의 탄성을 내지르며
어머니께 '정말 좋으시겠어요'... 라는 말을 수시로 건넵니다. 뭐라 변명하기도 난감한데
그들은 줄곧 착한 며느리라며 반짝반짝 착한며느리 상이라도 줄듯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달리 말씀은 안하시다가 간간히 네.. 좋아요 라고 하거나... 그냥 웃지요.. 모드입니다.
어머님이나 저나 같은 심정이랄까요..
아마 어머님도 싫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어찌 어찌 떠밀려서 가신 것 같아 내가 괜한 짓을 했구나 싶습니다.
처음 의도는 순수했는데 3박 4일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네요...
크게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힘들었던 것도 아닌데
결론적으로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여행이란 건... 하면 안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좌우간 감동도 없고 기대도 없고 피곤하기만 했지만
만리장성과 자금성의'거대함'에 대해서는...
단지 '거대함'에 대해서 만큼은... 놀랄만 했습니다. 거대하기만 할 뿐인...
마지막날 가이드가 마지 못해 안내 한 798 문화 거리라는 곳의 사진을 올려 봅니다.
이곳은 인사동 같은 예술 거리고 젊은 사람들 데이트 하기 좋은 곳이다 보니
가이드에게는 돈이 되지 않는 동네였던가 봅니다.
별로 볼것도 없고...꼭 가시려면 가세요... 라던 가이드가 얄미워서 굳이... 걷기로 합니다.
이 청개구리 기질!
다른 관광지에서는 딱히 보고 싶은 것도 없고 가고 싶은 것도 없어서
두 아들에게 보일 어머니 인증샷만 찍어 대던 저는
이곳이 그나마 맘에 들던데요... 인사동이나 영등포 공단 문화거리 같은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좀 다른때보다 적극적으로 돌아 다니던 나에 비해서
어머님은 볼 것도 없는데 어딜 가냐며 버스로 되돌아 가고 싶어 하셨습니다. ㅎㅎ
다른 분들과 함께 커피숍으로 모셔다 드리고
사진이나 찍고 오겠다며 한바퀴를 휘 돌아 보았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비록 사진을 많이 찍지도 못했지만
의외로 3일간의 찌질함에 대해 30분의 편안한 산책이 편치 않은 생각들을 거둬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연찮게도 바로 옆에서서 아빠를 기다리던 꼬마를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나도 남자에요"
묘한 느낌을 주는 젊은 남남커플입니다.
여긴 북한 예술가의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북조선 혁명 화가의 "옥수수는 인민의 건강에 좋습니다" 뭐 그런류의
대국민 선전 그림들이었어요
재미난 전시회...
이곳도 영등포의 문닫은 공장 거리를
문화 공연 거리로 만든 것처럼 원래는 공장 거리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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