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안내장에서 반짝 반짝 빛나던 한문장
"태국시푸드부페"
한참 먹으면서도 이게 그 시푸드 부페인줄 몰랐다.
그냥 호텔 모닝부페의 저녁 버전인줄만 알고 그냥 간단하게(사진으로봐선 이게 간단이라고 말하기엔 다소 부끄러운 경향은 있다.) 먹자고 보니 이게 바로 그 시푸드 부페였다고 한다.
저 뒤에 부끄럽게 몸을 숨긴 새우대가리가 그 증거다.
새우대구리 몇개가 시푸드에 전부일줄이야...
이튿날 산호섬 바닷가에서 먹은 도시락 ^^
오이냉국과 정체불명의 배추김치가 있고
메추리알장조림과 멸치볶음, 미역무침... 등등이 있는
말그대로 한솥도시락 스타일의 도시락이다.
태국여행 갈땐 정말 제대로 정보 얻어서 발품팔아서 음식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지 않는한
여행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음식문화체험은 어렵지 않나 싶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것은
1. 태국음식 정보를 미리 얻어서 가이드 없이 제대로 즐긴다.(술, 담배와 온라인게임 혹은 맞고를 즐기는 생활패턴을 가진 30대후반의 직장여성에게는 권하지 않음)
2. 가이드를 꼬셔서 그냥 맘편하게 맥도널드 또는 버거킹을 간다.
3. 일용할 양식을 미리 가져간다.
만약 위에서 말한대로 사전 준비를 하지 않으면
한국인만 바글거리는 이런 식당에서 양푼비빔밥을 먹으며 그나마 나았노라고 생각하는 일이 벌어진다.
아시아 퓨전 레스토랑이다.
으하하하
무슨 열매즙이라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 포도즙처럼 100% 원액을 이나라 사람도 꽤나 즐기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박카스 먹듯이 이걸 먹는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피로회복에 비타민 덩어리인 과일 열매 원액만큼 좋은게 없겠구나 싶기도하다.
하루종일 뙤약볕에서 여행이란 제목의 노가다를 뛰고 돌아온 사람에게
안성맞춤
(옆에 코디된 돌은 산호섬에서 주워온 기념품이다 ^^)
가이드에게 이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술안주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만..
일본과자를 사온다.
세상은 함께 더불어 살게 되어 있는가보다. 어쩔 수 없이..
이 역시 여행안내지에
"태국 전통음식 체험"
이라고 되어 있었다.
가이드가 잠시 사라진 후에 비닐 봉다리를 한아름 들고와서
안겨주었다.
코끼리 사료로나 쓰이는 바나나와 아열대 기후에서는 구정물통의 장구벌레 늘어나듯
자고나면 쑥쑥 자라나는 열매들일 터인데
여행상품의 옵션으로 60불을 냈다.
나름 착하고 성실한 가이드였음을 짐작해 볼때
가이드와 함께하는 팩키지 관광은 좀더 나이가 든후에
이다음에 하는 게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은 편안함도 좋지만 호기심이 더 많고
익숙함도 좋지만 다른 것에 대한 갈증이 더 많다.
나는 그래도 젊은가보다.. 라고 사뭇 기특한 느낌이 들게 했다.
누군가 태국에 가면 요쿠르트를 꼭 먹어보라고 하기에
편의점을 기어코 들러서 요쿠르트를 샀다.
아마도 커서 그랬던 것 같다.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주세요 야쿠르트 없으면 요쿠르트 주세요~
라고 어이없는 개그가 유행할만큼
한국인의 건강의 상징이었던 야쿠르트 병은
너무 서운할 정도로 작은 것이 늘 불만이었는데...
맘에 쏙 들었다. 어찌나 큰지... ^^
이 나라 사람이 이렇게 정리 하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던가 싶을만큼
오징어의 나란히 나란히 열맞춰 리어커...
망고스틴이라는 열매다.
두툼한 겉 껍질을 까면 마늘처럼 생긴 속살이 나온다.
물컹한 느낌이 그리 개운치는 않치만
상큼하고 적당히 단만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과일은 역시 물컹하고 닝닝한 열대과일 보다
수박, 사과, 귤 같이 새콤 달콤 아삭 톡톡... 이런 느낌이 "과일"이란 단어와 어울리는 것 같으다.
드디어 맛보는 태국 전통음식이다.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좌우간 쌀국수와 샤브샤브의 크로스 같은 음식이다.
아마도 이 역시 아주 오래전부터 먹은 전통음식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전쟁을 거듭한 역사속에서 자연 스럽게 섞인 음식중에 하나일 것 같았다.
별 맛은 없다.
포호아의 쌀국수가 더 좋았다.
여기는 VJ특공대였나.. 암튼 그런 프로그램에 자주 나왔던
바로 그 로얄 드래곤이다.
저 나무봉 위로 가로질러 있는 줄을 타고 웨이터가 음식을 나르고
롤러스케이트(세대차이 나는 명칭)를 타고 음식을 나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 세계에서 가장 큰 식당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참 이상한 것에 집착한다.
큰게 뭐 어떻다고.... ㅡ.ㅡ
가이드는 첨에 로얄드래곤은 가지 말라며 다른 식당을 추천했었다.
요즘엔 로얄드래곤은 최대.. 어쩌구 해서 유명해 졌지만 맛도 없고
실제로 여행지라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태국음식체험도 그렇고 시티투어도 그렇고
억울하게 당한 느낌이 백만배인지라
가이드 무시하고 원래 가려던데 가겠노라고 우겼다.
가이드가 왠지 돈좀 받은 느낌도 나고(의심이 무럭무럭 자라는 여행 후반부)
실제로 가이드 말대로 그냥 식당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후회 하지 않는 건
가이드가 가자고 했던 그 식당도 아마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다.
식당 한복판에 있는 연못과 연못앞의 무대에서는
계속 공연이 펼쳐진다.
전통공연도 이제 자주 보니 질리고...
이 아이들은 어차피 3류 배우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
이름을 기억하는 유일한 태국 전통음식
꼼양꼼
ㅎㅎ
토가 나오는 맛이지만
땀이 많이 나는 아열대 지방에서
기를 보해주기에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색깔만 봐도 든다.
시큼 하면서도 기름지고 달콤하면서도 알수 없는 향이
두개골을 흔드는 그런 맛이라고나 할까...
갑자기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그리고 산너머에서는 영화에서나 보던 일직선 번개가 5미터 간격으로 번쩍거리는 것이
왠만한 나이트 사이키 조명 저리 가라 였다.
비가 그칠 무렵 도착한 파인애플 농장이다.
왠지 후끈한 기운이 좀더 청량해진 기분이다.
이것도 경비에 포함되었겠지만
푸짐하게 먹게 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다.
파인애플 농장에서 파인애플이 흔한건 당연한데도
한바가지 담겨져 나온 파인애플을 보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리고 아직 덜 익은채로 수출되는 파인애플과는 역시나 다른
풍푸한 단맛과 과즙, 그리고 천리 만리 달려갈듯한 향도 아주
맛이 좋았다.
그리고 과수원에서 팔던 술이다
여자술은 뭐고 남자술은 뭔가....
여자술은 여자로 만든 술이고 남자술은 남자로 만든 술인가?
여자술은 여자가 먹는 술이고 남자술은 남자가 먹는 술인가?
그럼 호랑이술은? 호랑이가 먹는 술인가?
여기는 우리의 숙소
숙소 앞마당에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수십대가 사열한듯 늘어선 미니쿠퍼 천지!!!!!
미니쿠퍼 동호회에서 엠티를 온 모양이었다.
은근 부자들이 많다. 태국은...
지은지 얼마 안된 호텔이라는 듯 했다.
고급호텔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귀여울 만큼 구석구석 배려가 좋은 호텔이었다.
숙소 대만족...
주로 흡연장소로 사용하던 숙소 앞 정원이다.
아침이 특히 좋다.
숙소의 뒷베란다를 열면 보이는 수영장과 정자..
식당도 아주 멋스럽고 좋다.
일정에 쫓겨서 한번도 수영은 해보지 못했다.
다음엔 이런 지옥의 일정은 다시 하지 않으리라며 다음을 기약해 본다.
(또 올수나 있으려나...)
방콕을 비롯하여 동남아 바닷가를 여행지로 삼았을때는
이유는 단하나임을 다시한번 심장에 되새긴다.
휴양...
정말 휴양 그거 하나만 만족할 생각으로 가는게 좋겠다.
볼거리, 먹을거리...
이런것에 돈쓰지 말라~!!
비가 하루 종일 제멋대로 내렸다.
우리의 여행도 제멋대로 지그재그로 좌충우돌 헤매보아도 좋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더운날 또
뙤약볕의 도로를 뛰어서 에어콘도 없는 버스를 타고 여행의 묘미를 찾아 보겠다며
재래시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을 나를 생각하면
대략 난감하기도 하다.
돌아올 것을 꿈꾸며 험한 산길을 헤매던 가슴 먹먹한 오래전의 여행이나
적당한 수준의 서비스, 적당한 수준의 노가다, 소소한 경험들로
적절한 금액선에서의 타협했던 여행이나
나에게 남겨진 것들은 있다.
산등성이를 넘나드는 내내 나를 향해 불어오는 산들바람에서 부터
정상에서의 땀방울에 이르기 까지 나를 성장하게 했던 수많은
생각들이 그러했고
적당한 타협이라는 서운함 대신, 시원한 산들바람대신 함께 했던 사람이
그러했다.
생각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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