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60년대 이래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급속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겪어왔다.(과연 근본적이었나는 잘 모르겠다.)
변화의 과정속에서 개인, 집단을 막론하고 실리추구와 대량생산, 대량소비, 가치의 다양화, 여러가지 사회적 요구의 분출, 사회 비판의식의 성장... 전통과 외래의 갈등... 등의 다양한 현상을 보여 왔다.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방향지어오던 전통사상.. 전통의 가치관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의 민족성이 진정으로 평화를 사랑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에 와서는 너무 무기력한 민족성을 가졌던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산해경, 논어.. 등등 중국의 고전, 삼국유사, 제왕운기 등 책가방들고 공부하던 시절에 배운 고서에는 그렇게 쓰여 있다. 누구의 관점인지는 모르겠으나 동방의 평화를 사랑하는 쬐깐한 나라의 쬐깐하고 조용한 사람들이라고....
우리민족이 고대로 부터 살아오는 동안 시대마다 가치관, 생활방식은 어쨌든 변해오긴 했다.
단군신화를 보면 환웅은 비, 바람, 구름의 신을 거느리고 곡식과 질병등을 주관했다고 한다. 이것은 상고시대가 농경사회였음을, 그 당시 사람들에게 가장 위협적이 었던 것은 흉년의 기근과 질병이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삼국시대에 들어오면서 외적의 침해를 막는 힘을 필요로 하는 전쟁의 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따라서 이때의 가치관은 화랑정신에서 보여지는 국가의 권력, 충성과 무용을 갖추는 것이 으뜸이었다.
신라시대를 보자.
각각의 국가를 가졌던 나라들이 중국의 힘을 빌어 어찌어찌 한나라로 합해졌다. 단결이 필요한 시기임에 틀림이 없다.
단결을 통한 전체 주의가 가치관이었다면 고려시대는 민심을 잃은 궁예를 몰아낸후 초세간적, 개체적인 경향이 두드러졌다.
조선조에 이르러서는 성리학의 형이상학적 보편주의에 입각한 논리체계를 이루었다. 위화도 회군의 군사 쿠테타를 정당화 하기 위한 형식주의의 극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현실적 문제의식이 실학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외세의 영향이 가세하여 개화사상으로 나아가 근대의식으로의 전환을 이루게 된다.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가치관도 변화를 가져오지만 주목할 것은 고대로부터의 변화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우리 민족 사상의 일관된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 사상을 하나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사상의 근저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정신은 인간존중, 평화애호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보편적이고 상투적인 단어.. 인간존중, 평화애호...
그러나 그렇다는 사실이나 그것이 갖는 의미, 그 상투적인 단어의 기원에 대해서는
윤리교과서에서 검은줄을 치며 외운것이 전부다.
건국신화의 히어로 환웅이 환인에게서 받은 천부인 세개를 가져와 통치의 기준으로 삼았다.
천부인이란 풍백, 운사, 우사라 하며 3대 경전으로 일컬어지는 천부경과 삼일신고 그리고 참전계경의 가르침을 의미하며 천부인을 거울, 북, 칼 등에 새겨서 이를 신표 혹은 왕권의 상징으로 삼았다. 3대 경전에는 불교, 도교, 유교의 가르침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삼국사기는 전한다.
모두 표현만 다를 뿐 사바세계의 어리석은 중생을 구제한다는 불가의 말을 이미 우리 선조들은 홍익인간이라는 한 차원 높은 표현으로 사용했던 것이니, 중생구제와 홍익인간의 의미는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환단시대부터 3교를 모두 포함한 고차원의 철학을 가지고 도로써 세상을 다스렸다는 사실은 중국의 고서에서도 전하고 있으며 단군신앙의 기본적 신념이었던 홍익인간의 큰뜻은 인간중심의 통합원리에 근거하여 사람을 예로써 가르치고 풍습을 법으로써 가지런히 하여 민족 통합을 다지고자 함이다.
그 말이 의미 하는 것!
인간을 중시하고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다.
하늘과 지상의 백성을 하나로 통합하는, 다시말해 인간의 양식과 이성과 본성을 기준으로 인간에 내재한 천성에 맞게 통치하는 것.. 그것이 천부사상인 것이다.
이 천부의 역사는 신라시대에는 인에서 척으로 바뀌면서 또다시 이어진다.
조선조에 태조 이성계도 임금이 되기전 신인이 하늘로 부터 척을 주었다 하였고 1900년 광우 4년에 정한 최고훈장이 금척훈장이었다.
또한 공이 많은 문무관에게 수여하는 태극장의 태극의 원리 도 천부인의 가르침인 3대 경전의 사상적 근간을 이루는 이론임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태극은 우주만물의 근원이다.
영구불변의 진리이다.
태극은 경험적 산물은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가시적인 음양을 떠나서는 설명될 수도 나타날 수도 없는 에네르기 같은 것이다.
가변적인 음양과 불변적인 태극과의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성리학의 사상의 기초를 이룬다.
음양관계는 사실상 대립의 관계이면서 상호의존적이다.
이를 조정하는 것은 인간이다.
태극은 만물의 궁극적 원리이며 모든 만물은 태극의 원리 안에 존재하지만 그 원리를 인식하고 형성 하는 것은 인간 주체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니 인도의 극치가 바로 태극이며 주체로서의 인간은 자신과 남의 완성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사실상 대립관계이면서 자유 관계이고 또한 상호 의존적인.. 평등이 존중되는 관계인 것이다.
인간이 된 곰과 환웅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이미 신이 아닌 인간이었다.
인간속에 내재한 신의 모습, 대립이 아닌 합일을 의미하는 곰과 인간과 신의 결합.. 그안에서 결론적으로 생성된 완전한 초인의 존재는 결국 인간인 것이다.
사람인자의 원형은 동이족을 표시하는 고유명사 였다는 갑골문의 해석을 보더라도 한민족이 인도정신과 평화애호에 진심으로 철저하였음을 실감하게 된다.
하늘과 땅을 연결한 인도주의
모순된 현실의 갈등이 화합의 차원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
불교적 시각이든 기독교적 시각이든 유교에 입각한 시각이든간에 여러 개념을 관통하는 개념이 있다면 하늘과 사람, 인간과 자연, 음과 양의 통일과 분화, 전체와 개체, 국민간 국가간의 화합... 지도층과 국민간의 이해..
좀더 오버하자면 세계평화라고나 할까...
개인주의, 제국주의, 전체주의가 철저히 배제된 민족성이다.
태극기의 바탕이 흰것은 단일민족의 동질성과 결백성 그리고 평화를 간절히 바랐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러나 순결과 평화속에서 모순과 갈등구조를 가지는 태극일원성이 가진 음양..
이것이 과연 모순과 대립의 투쟁이냐 상호 협력이냐는
지금의 우리에게 달린 문제일 것이다.
한국 사상의 정체...
뭐..결론적으로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건데
정체와 현상적 본질은 늘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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