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이 숲을 향하는 까닭이 꼭 그 숲이 아름다워서는 아닐 것입니다.
...
이분위기에서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라고 핵심을 콕 찌르신다면
나에게 허락된 2평 남짓한 공간에 대한 서글픈 독백이라고 해두지요
예의바른 직장생활과 상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길고 긴 메일을 써놓고는
한번 더 생각하고 또 한번 더 생각하고...
결국은 아침일찍 사건이 터지자 마자 광분한 개처럼 써갈겨 놓은 메일을 지우고
저녁 퇴근 무렵이 되어서야
"윤대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제목으로 탈바꿈한
동네 언니의 편지를 전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주말을 지나
월요일 아침,
친히.... 러브레터도 보내주시고 감사합니다...
비아냥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첫인사로 시작한 짧은 답변에는
구구절절 억울함이 묻어나는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마디의 사과의 글을 발견 하지 못한 어느 못난 아줌마는
그것도 전하지 말 것을 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왕 참을 거면 차라리 말을 아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사냥꾼이 숲으로 가는 까닭은 사냥을 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는 관이 높은 사슴의 머리나 멧돼지의 가죽을 얻을 테고
어쩌면 덤으로
멧돼지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요동치는 심장 박동을 느끼는 순간
아... 살아 있구나 하는 희열을 맛보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저 달리기만 하고 있습니다.
나는 왜 숲을 헤매고 있는 걸까요
나는 사냥꾼이었던 것일까요...
숲에서 나는 무엇을 얻고 싶은 걸까요
겨우내 썩은 낙엽사이를 뒹굴던 속빈 도토리나
주워 가지자고... 고작 그거 얻자고
이 숲을 헤매고 있는 중일까요...
이 숲이 멋지지 않거나 향기롭지 않은 탓일까요..
숲을 아름답게 가꾸면 짐승도 사냥꾼도 해피 하냐면 꼭 그렇진 않습니다.
사냥꾼에게 숲은 원래가 아름다운게 아니니까 말입니다.
아름다운 것은 숲이 아니라
숲을 지배하는 권력에게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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