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강화도와 인연맺기로 작정을 했는지
첫 방문 10년을 기념해보고자 나도 모르게 기억이 그렇게 정했는지...
사진을 올리면서 기억이 났다.
그 강화도에서의 두번째 하룻밤이다.
팀장 워크샵이란 걸 하고 있다.
경고...
빈틈을 보이지 말 것..
아침이 밝았다.
전장은 처참했다.
패잔병의 어깨에도 아직 설익은 태양이 내려앉았다
나는... 간밤의 쓰레기 같은 언어들 속에서 건재하였는가...
그 밤동안 언어와 언어가 벽을 타고 공간에서 움찔 거렸지만
과연 얼마나 서로의 마음에 기대어 이해의 벽을 뛰어 넘었는지...
이미 마음에 경고판을 세우고 시작한 전쟁,
허망한 기대 따위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침은 씁쓸하다.
패잔병들을 뒤로 하고 잠시 갯벌을 찾는다.
주인 없는 갯벌에 갈대가 수북하게도 자랐다.
밤새 갯벌은 이렇게 벌거벗은채 태양을 기다렸나보다.
헐벗은 갯벌에 태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제 곧 다 잊은 듯 밀려간 것들이 돌아오겠지
그리움이란게 별것도 아니다.
등이 보이는 정도의 거리가 있는 시간과 공간..
이 허한 아침에
나의 그리움의 실체는 무엇일까
어디쯤에서 코가 빠졌는지 찾을 수도 없는데 어쩐지 엉성해져 버린 스웨터처럼
맥이 빠져 버린다.
섬에서 많은 얼굴이 스쳐간다.
아침 창가에서 되바라지게 빨간 얼굴을 자랑하던 제라늄과
전등사 돌담 밑에서 떠들석하게 사생대회를 하던 아이들과
아직도 간밤의 술이 부족했던지 또다시 처음처럼 되돌이표를 찍던 사람들
석양을 등진 쌍둥이 녀석과
아빠에게 물수제비 뜨는 법을 배우던 아들과
필사적인 민이,
이번엔 결코, 죽어도 물에는 들어가지 않겠노라 버티는 민이도...
모두 따뜻한 갯벌의 태양처럼 빛난 다고나 할까...
태양이 혼자서도 빛이 날까 의심하게 된다. 정말 이들이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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