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앨범, 다이어리를 만들다 만들다... 이제 별 생쇼를 다한다.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생각이란 고작
전자렌지대를 어떻게 해야 거 좀... 짜증 나는 허접쓰레기들이 눈에 띄지 않게
감출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다.
보고서나 직원관리 따위는 이미 물건너 간지 오래다.
(새술은 새부대에... 다음달 부터 잘하자! 라고 다짐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좌우간, 이놈의 밥통과, 쌀통과, 전자렌지를 끌어 안고 있는
이 허접하고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는 물건을 당최!!! 현관문 열때마다
케안습이라고나할까... 안쓸 수도 없고 말이다.
사실 집안에는 아무것도 안놓고, 안쓰는게 최고다. 청소하기도 더 좋은데
희안한건 생활이 그리 크게 변하지도 않았는데 안쓰면 안되는 것들이 점점
늘어 난다는 사실이다.
처음엔 천조각을 얻어다가 대충 꼬매서 붙여 놓았다.(좌우 사이드에 아직도 흔적이 남아 있다. ㅡ.ㅡ)
그럭저럭 속이 안보이긴 했지만
아무리 너그럽게 점수를 주어도 차라리 속이 보이는게 낫다.
이왕 일저지른거 대규모로 하자니
나무 판자 사다가 못질과 톱질을 해보아야 했으나
하루만에 끝나기 힘든일은 성격상 벌일 수가 없다.
분명히 내가 잠을 안자거나 다른 사람을 잠을 못자게 하거나
그러다가 둘중 하나 죽다 살아날 만큼 싸울게 뻔하므로... (이것도 문제다. 혼자 살땐 고민하지 않고
저질렀을 일을 고민하는 척 해야 하다니!!..)
대락적으로다가 상의도 없이 혼자 진도나가고 혼자 양보해서 얻은 결론은
몇달간의 작업으로 몹시 친숙해진 하드보드지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작업을 시도 하는 거다.
이 작업을 나름대로 "하드보드지의 일탈" 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종이라지만 두께가 나무판자 만큼은 되기 때문에 몸시 환장스러운 재단 작업이었다.
문짝과 기둥을 대충 머리속으로만 디자인하여 재단한 후 (이 재단 작업에 있어서 정밀한 치수재기, 혹은 밑그림 내지는 설계도 비슷한 것도 없다. 까이꺼 대충... 자르면 된다. 인생 뭐 있어..) 아크릴 물감으로
치덕치덕 색을 입혀 준다.
곱게 바를 필요... 없다. 어차피 고급 가구를 만들 생각도 아니잖아?
원래 노란색이나 황금색을 덧입힌 우아한 색이 목표였지만
이건 아주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빨간색으로 떡칠을 한 후에 황금색으로 괜히 전문 작가인 척하며 자연스러운 붓터치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척 해보았다. 얼룩덜룩해졌다....
빨간색이든 노란색이든 사실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대뇌와 소뇌의 주름 사이사이에 뻘건 안드로메다 기억인자가
집단거주를 시작했다 해도 나의 아침이나 ,동창이 밝아서 우짖는 노고지리와 소년의 아침이나,
가스렌지대의 직무범위가 달라지지 않을테니까..
자해샷...
빨간 판부분과 검정색으로 칠한 테두리를 붙였다.
혼자힘으로는 어려워 집게의 힘을 빌렸다.
성실한 집게가 큰몫을 해냈다.
옆면을 우선 붙였다.
징하게도 잘 안붙는다.
못이나... 다른 고정용 장치는 없다.
오직 글루건과 순간접착제로
프로젝트의 핵심인 눈가리고 아웅 방식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앞면에도 경첩을 박을 기둥을 붙였다.
이렇게 붙여버리면 나중에 경첩을 어떻게 달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떻게 되겠지라고 금방 생각을 고쳐먹는다.
나는 나름 긍정적인 여유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역시나 집게의 도움을 얻는다.
양쪽에 경첩을 붙이고 나니(거의 붙이는 수준... 못은 형식상 가져다 얹어 놓았다고나 할까..)
뭔가 완성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좋구나...
바닥은 아직도 전쟁중이다.
간간히 목을 채워줄 토마토쥬스병도 있고...
본드칠하다가 손가락에 종이가 붙어서 물감칠한 부분이 후두둑 벗겨나가면
잽싸게 땜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물감도 흐트러져 있다.
그리고 이와중에 민이 밥그릇도 등장한다.
민이에게 밥도 해주는 성실한 엄마
이 작업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나비 걸쇠를 달고
나비 문양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이렇게 저렇게 나름 멋을 부려 보았으나...
그냥 평범한게 최고라고 믿는다.
(솔직히 이건 멋부릴 줄 모르는 사람들의 신포도 같은 믿음이다... 저건 아직 안익어서 맛이 실꺼야...)
완성된 나비장... 모양의 종이 마개 다..
스티커를 다 붙이고 나서
마감재를 꼼꼼하게 발라주었다.
투명한 코팅제를 발라줘야만 물이나 김치찌개가 흘러도
이 종이 판때기가 견뎌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늘어 놓았던 도구들을 치우는 작업은
언제나 그렇지만 만들기 보다 힘들다.
어느덧 깔끔한 바닥의 모습을 되찾은 주방...
몹시 넓은 집인척 하기 위해
현관밖으로 나가서 풀샷을 찍는다.
ㅋ
있어보인다.
문짝을 열면 보이는
경첩과 나비고리의 비밀...
대체 종이판자에 어떻게 못을 박겠어.. 이렇게 할 수 밖에!!
재료비 : 하드보드지 8천원 / 경첩과 나비걸쇠 7천원 / 빨갱이물감 1600원 / 나비스티커 8600원(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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