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종합선물셋트를 받았다
배추김치, 무말랭이, 멸치볶음, 구운김, 치약두개, 특제빨래비누하나, 깻잎김치, 내가 좋아하는 쑥개떡반죽... 기타등등등...
마트에 가면 짜지 않고 입맛에 맞게 만든 반찬도 많지만 가끔 보내주는 엄마의 종합 선물셋트를
거실에 풀어 놓으면 부자가 된 것 같다.
번거로우니 그만 두시라고도 하고 싶지만 뒤늦게 찾은 엄마의 즐거움이기도 한지라
나는 주는대로 받는 중이다. ^^
엄마는 우리가 어릴땐(어리다 함은 대학시절 혹은 20대 후반의 직장인시절...^^)에는
서울에 오시지도, 반찬따위를 보내는 일도 하지 않으셨다.
엄만 나름대로 우리가 집에 와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사신 분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집에안가거나 전화가 뜸하면 화를 내곤 했다.
엄마는 참 욕심이 많은 분이셨다. 그런 엄마가 변했다.
그 변화가 찾아온 때가 언제냐면...
내 나이 서른살때...
엄마가 우리 아버지와 결혼하기 이전에 결혼했던... 결혼한지 몇년되지도 못하고 결핵으로 죽었다는
엄마의 전남편에게서 낳은 자식이 있음을 내가 알게된 다음이다.
엄마가 초혼이 아니었던건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건 물어본적이 없었다.
초혼이 아니라는 사실도 호적초본을 떼어보고 나서 이게 뭐지? 하다가 혼자 짐작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엄마는 결핵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속아서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해 지나 남편이 죽자 엄마의 시어머니는 엄마더러 집으로 가라고 했단다.
엄마의 두아이를 뒤로한채 엄마는 집을 나와야 했다.
엄마는 친정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엄마의 아버지는 나이어린 새어머니와 재혼을 했고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엄마의 아이들보다도 어린 동생이 생기고 아이들이 굶자 새어머니는 엄마를 마땅치 않게 여겼다.
엄마는 서둘러 재혼을 하기로 했다.
아이는 있지만 살기가 괜찮은 홀아비가 있으니 재혼을 하라는 중매가 들어왔고 그가 우리 아버지다.
울엄마는 또 먹고 살기가 너무나 궁하여 결혼식 따위도 없이 물한그릇 떠놓고 시집을 와보니
아이가 셋이나 되더란다. 그네들이 우리 언니 오빠들이다. 그 셋이나 되는 아이들도 그다지
먹을것이 많지 않아 한놈은 폐렴에 걸려있고 한놈은 결핵에 걸려 피를 토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 아이들을 업어서 쌀동냥을 해다가 죽을 해먹이고 엄마는 저녁때마다 이모할머니댁에 가서
밀가루를 얻어다 먹으면서 살았더란다.
그리고 우리가 태어났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지나서 엄마는 청첩장 하나를 받았단다.
엄마가 잊고 지낸 엄마만의 큰아들이 결혼한다고.. 엄마의 시어머니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그리하여 그네들과 7년여 전 부터 그렇게 연락을 하고 지냈노라는 얘기를
서른이 되던해 명절날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이모가 얘기 했다.
이젠 너네두 알아야 되지 않겠냐면서...
하하.. 엄마 인생 되게 재밌다. 내가 책으로 쓸까? 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언제 한번 언니랑 오빠랑 만나고 싶노라면서...
엄마랑 이모는.. 저년이 저렇게 철딱서니가 엄써... 그렇게 웃으라구 한얘기냐 이년아..
하면서 욕은해도 내심 안심한듯했다. 우리가 밝게 받아들여주니 고마웠을 거였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참 말할 수 없는 서러움이 밀려와
한참을 울고 또울었다.
그동안 엄마친구 딸이 선물했다던 엄마 화장품, 내가 준적 없는 어버이날의 카네이션...
그것들이 다... 그것이었구나..
어쩌면 엄마가 돌아가시면 엄마 제사는 얼굴을 본적 없는 오빠가 모실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서러웠다.
나이를 이만큼이나 먹어놓고도 엄마를 뺐겼다는 생각을 하면서 울줄은 몰랐다.
엄마가 불쌍하고 엄마인생이 안쓰러운것 보다.. 엄마를 뺏긴것 같은 마음에
그 서러움이란것이 끝없이도 밀려왔다.
그저 이기적인 마음일 뿐이었다.
그러나 어떠랴...
서러웠던 잠깐의 눈물은 기차안에서 끝내기로 했고.. 그걸로 끝이었다.
눈에 넣어두 아푸지 않을 것 같은 조카들이 생겼고 엄마를 쏙 빼닮은 듬직한 큰언니도 생겼다.
늙수구레아저씨같은 오빠는 좀 얄밉기는 해도 뭐 그럭저럭 믿음직스럽기도 하다.
집에 내려갈 때마다 언니는 온대? 수빈이는? 애리는? 수빈이 보구 싶은데 꼭 데려오라구 구래~~
이렇게 말할때마다 뿌듯하다.
엄마는 이전보다 조금은 더 활기차진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엄마의 종합선물셋트를 볼때마다 더 없이 뿌듯하다. 엄마한테도 언젠가는 종합선물셋트로다가
사위랑 얼라들을 안겨드리리라... 반드시 ㅡ.ㅡ^
배추김치, 무말랭이, 멸치볶음, 구운김, 치약두개, 특제빨래비누하나, 깻잎김치, 내가 좋아하는 쑥개떡반죽... 기타등등등...
마트에 가면 짜지 않고 입맛에 맞게 만든 반찬도 많지만 가끔 보내주는 엄마의 종합 선물셋트를
거실에 풀어 놓으면 부자가 된 것 같다.
번거로우니 그만 두시라고도 하고 싶지만 뒤늦게 찾은 엄마의 즐거움이기도 한지라
나는 주는대로 받는 중이다. ^^
엄마는 우리가 어릴땐(어리다 함은 대학시절 혹은 20대 후반의 직장인시절...^^)에는
서울에 오시지도, 반찬따위를 보내는 일도 하지 않으셨다.
엄만 나름대로 우리가 집에 와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사신 분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집에안가거나 전화가 뜸하면 화를 내곤 했다.
엄마는 참 욕심이 많은 분이셨다. 그런 엄마가 변했다.
그 변화가 찾아온 때가 언제냐면...
내 나이 서른살때...
엄마가 우리 아버지와 결혼하기 이전에 결혼했던... 결혼한지 몇년되지도 못하고 결핵으로 죽었다는
엄마의 전남편에게서 낳은 자식이 있음을 내가 알게된 다음이다.
엄마가 초혼이 아니었던건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건 물어본적이 없었다.
초혼이 아니라는 사실도 호적초본을 떼어보고 나서 이게 뭐지? 하다가 혼자 짐작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엄마는 결핵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속아서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해 지나 남편이 죽자 엄마의 시어머니는 엄마더러 집으로 가라고 했단다.
엄마의 두아이를 뒤로한채 엄마는 집을 나와야 했다.
엄마는 친정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엄마의 아버지는 나이어린 새어머니와 재혼을 했고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엄마의 아이들보다도 어린 동생이 생기고 아이들이 굶자 새어머니는 엄마를 마땅치 않게 여겼다.
엄마는 서둘러 재혼을 하기로 했다.
아이는 있지만 살기가 괜찮은 홀아비가 있으니 재혼을 하라는 중매가 들어왔고 그가 우리 아버지다.
울엄마는 또 먹고 살기가 너무나 궁하여 결혼식 따위도 없이 물한그릇 떠놓고 시집을 와보니
아이가 셋이나 되더란다. 그네들이 우리 언니 오빠들이다. 그 셋이나 되는 아이들도 그다지
먹을것이 많지 않아 한놈은 폐렴에 걸려있고 한놈은 결핵에 걸려 피를 토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 아이들을 업어서 쌀동냥을 해다가 죽을 해먹이고 엄마는 저녁때마다 이모할머니댁에 가서
밀가루를 얻어다 먹으면서 살았더란다.
그리고 우리가 태어났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지나서 엄마는 청첩장 하나를 받았단다.
엄마가 잊고 지낸 엄마만의 큰아들이 결혼한다고.. 엄마의 시어머니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그리하여 그네들과 7년여 전 부터 그렇게 연락을 하고 지냈노라는 얘기를
서른이 되던해 명절날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이모가 얘기 했다.
이젠 너네두 알아야 되지 않겠냐면서...
하하.. 엄마 인생 되게 재밌다. 내가 책으로 쓸까? 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언제 한번 언니랑 오빠랑 만나고 싶노라면서...
엄마랑 이모는.. 저년이 저렇게 철딱서니가 엄써... 그렇게 웃으라구 한얘기냐 이년아..
하면서 욕은해도 내심 안심한듯했다. 우리가 밝게 받아들여주니 고마웠을 거였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참 말할 수 없는 서러움이 밀려와
한참을 울고 또울었다.
그동안 엄마친구 딸이 선물했다던 엄마 화장품, 내가 준적 없는 어버이날의 카네이션...
그것들이 다... 그것이었구나..
어쩌면 엄마가 돌아가시면 엄마 제사는 얼굴을 본적 없는 오빠가 모실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서러웠다.
나이를 이만큼이나 먹어놓고도 엄마를 뺐겼다는 생각을 하면서 울줄은 몰랐다.
엄마가 불쌍하고 엄마인생이 안쓰러운것 보다.. 엄마를 뺏긴것 같은 마음에
그 서러움이란것이 끝없이도 밀려왔다.
그저 이기적인 마음일 뿐이었다.
그러나 어떠랴...
서러웠던 잠깐의 눈물은 기차안에서 끝내기로 했고.. 그걸로 끝이었다.
눈에 넣어두 아푸지 않을 것 같은 조카들이 생겼고 엄마를 쏙 빼닮은 듬직한 큰언니도 생겼다.
늙수구레아저씨같은 오빠는 좀 얄밉기는 해도 뭐 그럭저럭 믿음직스럽기도 하다.
집에 내려갈 때마다 언니는 온대? 수빈이는? 애리는? 수빈이 보구 싶은데 꼭 데려오라구 구래~~
이렇게 말할때마다 뿌듯하다.
엄마는 이전보다 조금은 더 활기차진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엄마의 종합선물셋트를 볼때마다 더 없이 뿌듯하다. 엄마한테도 언젠가는 종합선물셋트로다가
사위랑 얼라들을 안겨드리리라... 반드시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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