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책:생각

원티드, 비사이로 막가!

영혼기병깡통로봇 2008. 7. 7. 11:59

몇년도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소개팅이란 걸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소개팅남과 술대신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술 대신..!

에디머피가 1인 2역을 하는 코메디라고 했지만

햄스터 수천마리가 화면을 가득 메우던 첫장면의 충격 때문에

옆에 앉은 남자의 인상착의 조차 기억 나지 않는다. 꼭 영화 탓은 아니겠지만..

 

친절한 네이버씨에게 물어 보니 96년도 였음을 알게 되었다.

10년도 더 전이로구나~ 꽤 먼 과거였네... 난 아직도 과거를 부여잡고 살았던가..

육두문자를 초고속으로 내지르며 영화관을 뛰쳐나왔어야 마땅 했는데

끝까지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로 미루어 그래도 10년전에는 인간다웠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동의를 구하진 않겠다...

 

그림책속에서 귀여운 캐릭터의 탈을 뒤집어 쓴 쥐도 싫고

어쩌다 아홉시뉴스에 등장하는 흰색 실험용 쥐도 싫은데

백만년만에 본 영화, 원티드...

가뜩이나 싫은 쥐 수천 마리가 영화관 화면을 가득 메웠다. 그것도 쓰레기차에서 뛰쳐나온...

 

화면을 가득 메우는 새카만 시궁쥐들의 지구촌 반상회가 벌어지던 부평동 롯데시네마.

성능좋은 음향시설을 통해 전해 지는 소리의 전율은

모공과 털끝이 그리 섬세한 인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분노게이지 급상승을 일궈낸다.

 

소심한 우리 남편..

쥐새끼 나오는 영화는 정말 싫다는 말을 자장가 보다도 자주했음을 기억하고 있는 데다가

영화선별의 최전방에 본인이 있음을 자각,

심기 불편한 마눌님 눈치 보느라 좌불안석인데

급기야 이영화...

끓어오르는 용광로에 기름통을 들이 부어 주신다.

대미를 장식한 맥어보이의 대관객 질문 한줄기...

너 지금 모하구 앉아 있니...

 

이제 쥐새끼가 난동을 부리는 헐리우드 영화가 내 인생관을 간섭한다.

맥어보이의 시건방을 지켜본 후

나름 주말내내 자아비판을 하게 되었다는 영화감상을 원한 것인가...

나름 통쾌하게 삶의 주름을 날려버린 한방이었다고 믿고 있는 것이냐..

 

소심하고 한심한데다가 의지나 희망따위 엿바꿔 먹은 것 까지도 그래..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렇다.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경멸 스럽기까지 하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그렇다고해서... 인생 좀 그렇기로 서니

헐리우드 액션영화한테서까지 혀차는 소리를 듣고 싶진 않았다.

 

그래.. 인정한다.

보통 이런 반응은 찔리는거 많은 인간에게 나타난다.

어디서 지적질이야... 울아부지도 나 그렇게 안키웠어!!!

특히나 이 대사.. 니까짓게 뭔데...

눈싸움에서 밀리다 보면 흔히 나오는 대사다.

 

그래서 한심하기 이를데 없는 인간 쑤레귀 캐릭터의 출발에서

헛웃음 나오는 비사이로 막가 총알비행, 쥐새끼의 광란,

억압받는 삶에 대한 통쾌한 복수를 가장한 엔딩,

죄다 불만 투성이였다.

 

어쩔테냐... 나는 막...

삐뚤어질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