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10분?
무척 짧은 시간이더군 석모도까지 뱃길...
여전히 갈매기들은 새우깡으로 일생을 기름지게 살아 가고 있다.
트랜스지방 덩어리일텐데..
날아다니는게 신기하다.
석모도 선착장에서 보문사가 이렇게 멀줄 알았으면
그냥 경주를 가는건데...
입구에서 가파른 경사를 목도하고
한숨에 못오르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보문사 입구 막걸리집에서
막걸리 한잔과 함께 마음의 준비를 하기로 하고
뒤돌아 섰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저 계단을 오르기 위해선...
암만...
이제 무턱대고 앞만보고 달릴 나이는 아닌거거든...
한시간 남짓 막걸리를 앞에 두고 꼭 올라가자며...
죽는 한이 있어도 올라가자고.. 엄살같은 다짐을 한 후
오른 암자...
절벽을 깍아 만들었다는 마애석불이 있다.
그닥 고풍스럽지는 않다고 느껴진다.
역시나... 어디든 돈을 받는다.
대체 누가 만든 문화일까... 돈을 내야 기도발이 먹힌다는 주장은...
그렇다고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도 아닌 주제에...
돈 천원 내가지고는 좀 성의가 떨어져 뵈지 않을까.. 고민하는 주제에
액수가 적힌 팻말만 보면 속이 틀어진다.
드러내놓고 표현하나, 은근슬쩍 꼬아서 표현하나..
그게 그걸 텐데 말이다.
하긴 사랑도 표현하지 않으면 사랑이 눈앞에서
알짱거려도 못알아채기 쉽상이니...
뒤늦게 후회하고 나에게 사랑을 좀 줘보지 않으련...하고 아니꼽고 치사하게
부탁하느니..
첨부터 산뜻하게 사랑을 외쳐봄이 좋겠다.
그러니 산속에 숨은 암자에서도
일단 너 가진것좀 내려 놓고 얘기 해볼래??? 뭐 이런거...
(뒷골목 대사 같다는...)
비둘기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당부에 당부의 말을 써놓은 불상 앞...
대체 저놈의 비둘기들은 그냥 산속에서 벌레나 주워먹고 살일이지
왜 공양미를 지가 탐내는 걸까..
저것들이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을 우습게 아는거지 지금...
솔직히 ... 힘든 계단이다.
그리고 힘든 계단을 오르고 나서 얻는 경치나 나를 기다리는 무언가에 대해
흡족하지도 않았다.
열심히 만들었겠구나... 만드느라 힘들었겠구나
벚꽃이 참으로 흐드러지게 피었구나...
이 객관적 현상에 대한 감상을 몇번 중얼거려도
감흥을 찾기가 어렵네...
이 여행이.. 목적과.. 핵심이 없는 탓일까?
대체 여행의 목적보다도 목적이란 말 자체의 의미도
모르겠다.
나.. 바보가 되가나봐...
풀샷.. 부처님
나는 속물인가...
1928년에 만들어졌다는 팻말을 읽으면서..
에이.. 뭐 얼마 안됐네..
라고 말하고 말았다.
이 말인 즉슨... 기백년된 불상에 비해
조금 재산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 되었나보다.
어차피 재산이 될 것도 아닌데..
그리고 이렇게 힘든 계단을 올라왔을땐
솔직히 기백년은 족히 되어 선조들의 뭔가 균형잡히진 않았어도
섬세하고 놀라운 기적을 목도하게 되어야 하는데
그 기대치에 못 미친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비전문가가 비전문가 스럽게
평가하는 것도 혹시 평가라고 할 수 있는 거라면
나의 평가는... 그저 그랬다.
불상이 밋밋했고 매력도 없어 보였다.
표정도 그냥 무뚝뚝 했고...
힘들게 고민했다.. 이걸 보면서 당췌 무슨 생각을 해야 하나..
절벽에다 힘들게 만들었겠다... 뚜껑있는 바위를 용케도 찾아서..
여기에 불상을 새길 생각을 다했구나..
뭐 이런 정도면 되는 거려니 한다.
간간히 보이는 전선과 프라스틱 팻말, 모냥 빠지게 얽어 매놓은
노끈들을 빼면
나무들이 제법 멋지게 터를 잡았다.
자랐다 라고 말하기엔 내가 너무 건방져 뵈는
연세가 제법든 나무들인지라..
암자에서 내려다 보이는 보문사 아래쪽..
바다와 섬이 보인다.
여기 어디에서 시월애를 찍었다던데 찾을 수는 없었다.
찾을 힘도 없고
의지도 없으니 여기서 생략한다.
내려가는길..
초파일을 앞두고 전등 달 준비가 한창이다.
벚꽃을 앞세워 표정없는 부처님에게
작별을 고하고
핸드폰 카메라도 제법 쓸만하네...
라고 생각하며 계단을 되짚는다.
하루치기 여행으로는 나쁘지 않으나
이놈의 막걸리가 혈관을 역류하는지 관절의 직립보행을 방해한다.
이상... 꽃향기에 취해 아찔 했노라...라고 말하지 못하고
막걸리와 관절의 파업현장에서 눈물젖은 깡통이었습니다...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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