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야, 두대야, 세대야... 열대야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을 향한 폭풍같은 갈망으로
온세상을 내안에 품고 자연과 호흡하고자
온집안의 창문을 활딱 활딱... 열었지만
밤새 창문은 바람한 점 허락하지 않았다.
더웠다. 많이..
오늘 아침,
울트라 바이올렛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겠다는
비장하기 이를데 없던 썬크림,
썬크림의 보호를 받기는 커녕
스킨으로 모공을 보호해 주지도 못했다.
땀이 먼저 점령한 얼굴을 손댈 재간이 없어서..
그냥 대문을 나선다.
그래.. 버스를 타자.. 버스만 타면 돼.. 시원할거야.. 라며
버스...
에어콘을 안튼다.
무슨일일까
기사님은 밤새 좋은 곳에 다녀오신걸까?
감기?
아니면 이것은 대국민 암살계획?
남파공작?
음모다.
잠시후 용감한 아주머니
에어콘좀 틀어주세요.. 라고 외친다.
기사님은
그간의 모든 의혹들을 단 한마디로 일갈한다.
기름이 없어요
아... 기름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해도 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젠 국가가 나서야 할 때인건 아닐까?
10여분 후 물갈이가 된 시민들 사이에서
무지한 뉴페이스 아저씨 이렇게 외친다.
에어콘좀 틀어 주세요
기사님은 역시나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자세로 외친다.
기름이 없어요
아... 예...
장내는 이윽고 다시 숙연해진다.
그때..
나는 결연히 일어나
"기사님 우리가 낸 800원에는 기름값, 기사님월급, 에어콘사용료, 안전하고 빠르게 직장에 갈 수 있는 서비스요금이 포함 되어 있어요. 기사님이 그 돈으로 기름을 미리 채웠어야 옳지 않나요? 왜 퉁명스럽고 당연하다는 듯이 기름이 없다는 말씀만 하시나요 그 뒤에 죄송합니다.. 라는 단어는 배운적이 없으세요? 삼복더위에 푹푹찌는 만원버스를 타고 회사 가게 생겼는데 어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기름이 없다는 말을 여보 자자 라는 말과 같은 레벨로 지껄이시나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나는 계속 잔다.
그래... 회사만 가면 된다.. 회사만 가면 난 살 수 있어..
회사다.
모든 것을 잊고 업무에 매진 하고 싶었지만
또 생각한다.
점심엔 삼계탕이나 먹으러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