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이 그림일기

꽃인듯, 눈물인듯...

영혼기병깡통로봇 2004. 3. 9. 09:41

 

지난주에 엄마가 올라오셨습니다.
노처녀 딸년네집에 가봤자 속만 터지신다던 어머니가 어쩐일인지 서울사는 이모집에 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들르겠다고 하십니다.

분명히 돈많은 그 이모가 우리 엄마를 데려다가
가정부처럼 부려먹었을게 분명합니다.
그래도 나는 할말이 없습니다.

돈많은 이모한테 그렇게 가서 간장이라도 담궈주면
엄마는 생활비가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모네 집에 가서 김치담그고 간장게장을 담궈주고
손에 바리바리 이모가 싸준 아버지약과
안입는 옷을 챙겨 들고 오는 엄마를 보니
또 마음이 안좋습니다.

마음이 안좋다고... 내가 빨리 돈벌어서...
아니면 돈많은 신랑 만나서 엄마 호강시켜줄께..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마음속으로는 그리 생각하였건만

고장난 주둥아리는
엄마는 왜 가지 말라는데 자꾸 가서 식모처럼
그러구 다녀.. 우리가 거지야..

라고 내뱉습니다.

한동안 엄마는 말이 없습니다.
그리곤... 아버지 저녁 차려드려야 된다면서
일찍 가야겠네 라면서 슬그머니 일어 나십니다.

엄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또 왜그래... 진짜... 지금 가면 어떡해..
또다시 짜증을 내고 말았습니다.

이년아.. 내가 오구 싶어서 왔냐.. 아버지 건강두 걱정된다면서
주희년이 따라오겠다더라.. 그러니 걔가 오면
걔들 없는 돈에 반찬이라두 좀 해줘야지... 날두 추운데
우리집서 걔들이 견디겄냐.. 보일러에 기름이라두 넣어야지..
이년아.. 그래서 걔 오지 말라구 그럴려구 내가 여기 온거다...

나이든 엄마는 참으로 약하디 약한 존재 입니다.
엄마는 그렇게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십니다.

알았어.. 그럼 나가.. 기차표 끊어주께...
라며 말없이 버스를 타고 영등포 역으로 나갔습니다.
기차시간이 한시간쯤 남습니다.
엄마와 나는 백화점 구경을 합니다.
조용히 둘러 보면서...
엄마... 솔직히 말해바... 이모랑 싸웠지? 그래서 이모가 돈 안줘서
삐졌지 그지?

그래 이년아... 그년이 돈 안주더라... 나뿐누무지지배...

우리는 아주 작게 웃습니다.

꽃인듯, 눈물인듯... 그렇게
우리 엄니가 절 낳아 키워 주셨습니다.
오늘이... 우리 엄니가 절 낳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