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책:생각

난 그저,,한 남자 앞에 서 있는 여자일 뿐이에요

영혼기병깡통로봇 2004. 2. 27. 10:46

I'm… just a girl. Standing in front of a boy. Asking him to love her.

 

흔하고  초라하고 낡은 것이 가진 아름다움에서 콧대 높은 자좀심을 느끼는건 좀 오버인가...

 

하지만 내가 느끼는건 좀.. 뭐랄까...

예전에 고등학생이던 때에 우리반에 평범하지 않은 집안의 따님이 전학온 적이 있었다.

 

그때... 많은 아이들이 그녀의 사소한 일상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 안에 나도 있었다. 그녀가 웃으면 같이 웃어야 할 것만 같았다. 마치 그녀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신분상승이 이루어 진다고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더 많이 그녀와 같아지고 싶어지면 질수록 그아이의 곁에서 크게 웃으면 웃을 수록 점점 내이름이나 내가 좋아 하는 것들... 그동안 내가 좋아했던 것들의 존재는 희미해져가고 새로운 가치가 생성되어 갔다.

 

그러다가 언제 어떻게 해서 그아이와 헤어졌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치 8조각난 피자 중에서 한조각을 잃어 버린채 억지로 이어서 원을 만들어 낸것처럼 기억의 이쪽과 저쪽이 맞닿은 면에는 이가 맞지 않는 소세지 조각이 서로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던 이쪽의 기억은 저쪽의 기억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것 뿐이다.

 

아름답고 귀하고 고결한 그 아이의 곁에서 다소 자위일 뿐일지라도 신분상승을 꿈꾸던 어린 소녀들은 지금쯤 서른을 훌쩍 뛰어 넘었다. 그리고 작고 초라한 내가 아름다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녀, 줄리아 로버츠는 참으로 작고 초라했다.

아니 그녀는 참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녀는 정작 보잘것 없고 가진것 없는 사랑앞에서는 참으로 작고 초라하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난…, 그저 사랑해 달라며 한 남자 앞에 서 있는 여자일 뿐이에요

 

난 보잘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다. 그러니 그녀처럼 가슴이 무너질 것 같은 한마디를 내어 놓고 나면 기둥까지 무너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때로는 그녀처럼 작고 초라한 나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때만큼은 그런 나를 아름답게, 스스로 나를 자랑 스럽게 여기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