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를 키우다
허브를.. 키우다
라고는 했지만 이녀석들을 키우고 있는 것인지 죽이고 있는것인지
미안한 마음이 드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음의 평화"
를 찾겠다면서 옥션과 11번가 사이를 오락가락 하다
이녀석들을 입양해 오기는 했지만
한번도 키워본적 없는...
심지어 벌레와 흙과 물방울 자국들이 난무하는 일들을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게 여기며 살아온 깡통...
실은
아직도 수습이 힘들다.
게다가 어찌나 무럭무럭 자라는지..
눈깜빡하고 나면 쑥 자라서
이녀석들 분갈이 해줘야 하는 일을 걱정하고 있다.
주말에 고속도로변에 있는 화훼단지를 찾아가
큰 화분과 흙을 사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물어 보자는 남편도
심난하기는 마찬가지 인가 보다.
이른바 생명이라는 것의 곤란함을 겪고 있는 중이다.
반성과 함께...
법정스님도 그랬다.
지인에게 받은 난을 정성껏 가꾸다 보니
어느날 문득 난에 집착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지인을 만나러 길을 떠나 담소를 나누는 중에
난을 한여름 뙤약볕에 내놓고 온 것을 깨닫고는
담소도 버리고 서둘러 암자에 돌아가다 생각해보니
지독하게 집착하고 있음을 알고
3년간 정을 들인 난을 지인에게 보내고야 말았다고 한다.
감히 법정스님의 깨달음에 비할 것이냐 마는
연애도 결혼도 그랬다.
과정도 어렵고 버리는 일은 더욱 어렵다.
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어렵다.
행복하고 즐거운 와중에도 늘 어려운 일 투성이다.
직장도 그랬다. 쭉...
미련 없이 버려지는 건 똥 밖에 없더라...
(게다가 버리고 나면 어찌나 므흣한지...)
법정스님이야 집착을 끊어내기 위해
서둘러 난을 지인에게 보냈다지만
나야... 뭐 집착을 끊을 것까지야 있겠나...
집착이 아니라 노력이라고 믿고 있다.
말하지 않고, 소리내지 않고, 존재감의 그늘에 놓여 있는 것들에 관심갖기
늘 그곳에 있는 것들을 돌아보기
그것이 행복이든
희망이든...
사람이든...
돌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기꺼이 온기를 전해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