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독아저씨네 가게
가게가 없어졌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일요일
비가 왔고
바람이 불어 오늘도 우산이 난도질을 당했습니다.
일요일 늦잠을 포기하고 명동성당에 있을 결혼식에
갑니다.
친한 사람도 아니고 거래처의 담당 대리의 결혼식입니다.
가고 싶지 않았는데 가겠다고 약속을 해놔서..
실없는 사람될까바 얼굴이나 비치고 오려고
부평에서 그 먼길을
비바람 맞으며 혼자 갔습니다.
일행 없이 혼자 얼쩡거리다 보니 어찌나 어색하던지요
게다가 또 비오는날 거래처의 나이어린 여자 대리 결혼식장을 찾은
노처녀의 궁상맞음이란... 아..
그 혼란한 와중에도 마치 섬에 갖힌 사람처럼 자리에 덩그라니 서있다가
신부에게 이쁘다는 인사만 건넨뒤
황망하게 뒤돌아서 나오던 나의 잰 걸음을 생각하니
괜히 우울해집니다.
명동한가운데 숲이 보이는 찻집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앉아 보니
스무살 시절의 첫사랑과 함께 갔던 찻집입니다.
명동의 빌딩숲 한복판에 있는 그 찻집은
창밖이 온통 파란 숲입니다.
상상하기 힘든 풍경을 만나게 되죠.
마치 안개와 검은 늪으로 가득찬 음습한 정글속
폭포수 뒤에 숨겨진
요정의 땅처럼...
스물 몇해...
그때 발견했던 그 찻집에 자주 갔던 그 남정네가
문득 생각 납니다.
풋풋한 시절...
사실 알고 보면
창 밖이 중국 대사관의 정원과 마주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는 또 맘이 싱숭생숭해지니
빗속을 뚫고 터덜터덜 혼자 잘 가던 신촌의 맥주집을 찾았습니다.
고단한 밤 마다...
지치고 화가나서 소리 지르고 싶었던 날들동안
혼자서 바를 지키고 앉았던 나의 검은 동굴을 오늘도 찾았습니다.
혼자 바에 앉으면 아저씨는
말없이 늘 똑같은 맥주를 꺼내다 주고
늘 듣던 음악을 틀어줬습니다.
몇달만에 가도 늘 똑같았던 그곳..
그랬는데....
맥주집에 불이 꺼져 있더군요..
늘 아무 부담 없이.. 일행에 대한 걱정도 없이
버스타고 지나다가도 불쑥... 그렇게 찾던,
혼자도 잘 가던 나의 안식의 방이 허물어져 있었습니다.
아... 이젠 정말 갈데도 없습니다.
비오는날 이렇게 많은 일을 겪는건
너무 힘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