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강성이신 울 모친
결혼식을 석달 앞두던 어느날
부주금엔 손도 대지마라!
라고 선언하셨습니다.
부주금받으면 가전제품이고 뭐고
다 살 수 있으니까
걱정말고 결혼하라고..그렇게~~~ 날 꼬셔서
얼떨결에 날잡고 났더니만
이렇게 배신을 때리시는 겁니다.
직장생활하면서
내주머니에서 나간 부주금만해도 얼만데 ㅡ.ㅜ
울 모친...
그렇다고 앞으로 나갈 내 부주금들을
대신 내줄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무척 세속적이고 대단히 이기적이면서
또한 배은망덕 치사빤스 스럽지만
또...
부주금은 원래 다 부모님 드리는 거라고들 하시고
나역시 그럴 생각이었지만
모친께서 그렇게 선언을 하고나니
숫자와 곱셋 뺄셈들이 주마등처럼 휙 지나면서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겁니다.
배신은 배신을 부르는 법...
친구들에게 나도 특명을 전달했습니다.
방명록은 내가 따로 만들테니 걱정말고
결혼식장에서 부주금 봉투는 신부에게 직접 전달 하라...
그리고 청첩장에고
큼지막하게
"주의사항! 모친과 부주금 전쟁이 치열한 관계로 부주는 신부에게 직접전달요망"
인생 헛살지 않았습니다.
누나.. 주의사항 확실히 지켜줄께 그런건 당연한거 아니겠어~ 라고 문자를 보내오는 후배를 비롯하여
서류가방들고 서있다가 007작전을 실시하여 도와주겠다고 자청한 친구남편과
회사에서 나오는 경조금봉투를 따로 챙겨준 회계팀 아줌마부대,
직원들 봉투가 부주금 테이블로 가는 길을 원천봉쇄하여 전략적으로 빈틈없이 움직여준 팀원들
10년만에 찾아와서도 주의사항 숙지했다며 면사포쓰고 조신모드로 앉아 있는 신부에게
흰봉투를 과감히 전달하시어 살짝쿵 민망스러웠던 육홍타 기자님!
원래 표면상으로는 사기당한 여행비를 갚아야
하니 도와달라~ 였기에
많은 친구, 직장동료들이 두손, 두발 걷어부치고
봉투 인터셉트에 혼을 불사르셨습니다.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비밀문서를 전달하는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숨막히는 현장이었습니다.
울 회사 아줌마 직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왼손으로 손가락 세개를 피면서
내친구 신랑에게 소근 거립니다.
"저기.. 세명.. 떴어요.."
"아 네... 좋습니다"
아줌마 직원이 세명에게 다가가서
봉투는 저쪽에 드려~ 라고 밝고 명랑하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하면
가방을 들고 친구 신랑... 세명의 무리에게 다가가 식권을 건넵니다.
"아.. 한명 더 있으세요.. 그럼 여기... 맛있게 드세요~!"
물론 친구남편과 아줌마 직원, 두사람... 그날 처음 만난 사이 입니다.
완벽한 팀웍과 사명감으로 임무완수..결과
방명록에 등록된 내 손님은 딸랑 네명 이었다는거...
제어 할 수 없었던 전직장 이사님과 인편에 봉투만 보내신 전전직장 사장님.. 등이었습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자랑스럽다~!
국가대표급 팀웍을 보여준 친구와 동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완전 감사~
무쟈게 행복해서
신부 입이 찢어졌었다는 거..
결혼식 전날,
저 걱정 많았습니다.
나이먹어서 결혼하는 것도 민망한데 엄마앞에서 울면 어떡하냐.. 였습니다.
울면 쫌 ... 한마디로 쪽팔린데 우쩌지
라고 걱정 했었습니다.
가당찮은 걱정이었던 겁니다....
울긴 개코가 웁니까..
친구가 민망하니까 그만 좀 웃으라고 주의 줬습니다.
신부가 너무 웃어도 보기 안좋다고.. ㅡ.ㅜ
근데 어쩝니까.. 좋은걸...
결혼하는게 좋아서 웃은게 아니라(좋지 않습니다. ㅡ.ㅡ;;)
봉투 인터셉트에 여념이 없는 친구와 동료를 보는 것도 즐겁고
10년만에 찾아온 친구도 반갑고
마플여사~ 베베~ 유리안~ 백설~
도근이도 귀엽고 가림이
너무 보고싶었던 가림아빠...(ㅋㅋ 베베야 미안~)
무슨 잔치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와중에 마플여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다시 생각해~ 라는
회심의 막판 한마디에 진짜 심각하게 고민했다는거..
정말이지... 좋은 얼굴들을 만나는게
너무 즐거워서 입이 다물어 지지 않습디다.
사진 찍으시는 분이..
신부님.. 이제 인사는 나중에 하시고 사진찍으셔야죠... 라고 했다는..
우찌되었건 결과적으로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금
여행사기를 빙자한 불쌍한척으로 친구들을 꼬드겨서
쇼핑자금 마련한거 아니냐고 서방님 타박하십니다.(덕분에 당신도 지갑얻으셨잖습니까..)
살짝 부끄러워집니다.
하지만 진짜 아닙니다. 여행사기당한거 메꾸고
모친께 다시 상납도 했습니다.
신혼여행 다녀와서 인사드리러 갔는데
울 모친 한숨을 내쉬더이다.
이렇게 남는거 없는 장사가 어딨냐...
들어온 돈은 없는데 이상하게 식권이 이렇게 많이 나갔다니...
예식장에서 뭐 계산 잘못한거 아니냐..
뜨끔합니다. 살짝 외면모드..
그치만 뭐..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서 엄니가 여행비 보태라고 또 따로 쾌척하셨던
돈봉투를 그대로 큰~ 인심 쓰는척하면서
돌려 드렸습니다.
그리고도 남은돈으로 냉장고랑 밥솥이랑
갖고 싶어서 몸부림 치던 나비장을 장만했습니다. ^^V
어제 남의팀 회식에 잠깐 인사차 들렀다가 눌러 앉아서
새벽까지 달리는 바람에
서방님께서 밤세 술독에 빠진 마누라 시중들다
아침에 잠드셨습니다.
이러다... 소박 맞는거 아닐까요..
이상 술기운에 깡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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